문경준·이정오 “대출받아 대회 출전해도 공친 날보다 空친 날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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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5일 07시 00분


동갑내기 프로골퍼 문경준(왼쪽)과 이정오가 13일 태국 마운틴 크리크 골프장에서 열린 KPGA 윈터투어 2차 대회 1라운드 종료 뒤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카오야이(태국)|주영로 기자
동갑내기 프로골퍼 문경준(왼쪽)과 이정오가 13일 태국 마운틴 크리크 골프장에서 열린 KPGA 윈터투어 2차 대회 1라운드 종료 뒤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카오야이(태국)|주영로 기자
■ 동갑내기 골퍼 문경준·이정오가 말하는 ‘프로의 현실’

작년 풀시드에도 불참 대회 많아
대부분 쥐꼬리 상금…투잡은 필수
일부 출전경비 위해 대출도 받아

윈터투어는 우리의 꿈같은 기회
규모 작아도 결코 작은 대회 아냐


2012년 미 PGA 성공신화를 쓴 존 허(22), 그리고 2013년 가장 ‘핫’ 한 골프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제임스 한(32). 둘의 공통점은 밑바닥 인생부터 시작했다.

존 허는 본격적인 프로 생활에 앞서 미니투어를 전전하며 실력을 키웠다. 미국 각 지역에서 펼쳐지는 미니투어는 각자 참가비를 내고 우승한 선수에게 상금을 몰아주는 방식의 하루짜리 비정규 대회다.

제임스 한은 웹닷컴투어(2부)에서 실력을 닦았다. 3년 간 뛰었다. 올해 PGA로 올라 와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밑거름이 됐다. 고생 끝에 성공의 길에 들어선 두 선수에게 더 많은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 처음 시작한 한국프로골프(KPGA) 윈터투어는 매 대회 200여 명의 선수가 몰린다. 참가 선수 대부분은 제2의 존 허와 제임스 한을 꿈꾼다. 절반의 선수가 정규 대회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나머지 절반 중에서도 대회를 뛰어 상금다운 상금을 만져보지 못한 선수가 대부분이다.

14일 태국 카오야이 마운틴 크리크 골프장에서 열린 윈터투어 2차 대회(총상금 10만 달러·우승상금 2만 달러)에 출전 중인 서른 두 살의 동갑내기 프로골퍼 문경준과 이정오가 화려함 뒤에 가려진 프로골퍼의 현실을 털어놨다.

문경준은 대학에 입학한 뒤 골프를 배웠다. 늦게 시작했지만 프로 입문은 비교적 빨랐다. 5년 만에 프로의 길을 걷게 됐다.

이정오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채를 잡았고 고등학교 시절엔 뉴질랜드로 골프유학까지 다녀왔다. 2008년 프로 자격증을 땄다. 장밋빛 꿈을 꾸며 프로골퍼의 생활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문경준은 2012년 10개 대회에 출전해 3800만원을 벌었다. 가장 좋은 성적은 솔모로 오픈 3위였다. 상금랭킹 52위. 이정오는 6개 대회에 출전해 804만원(상금랭킹117위)을 벌었다. 전체 투어 참가자는 약 200명 안팎이다.

이정오는 “작년 풀 시드를 땄지만 대회에 나간 건 고작 여섯 번이 전부였다. 솔직히 투어 출전만으로 생활하는 게 쉽지 않다. 아내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힘들다. 지난해 결혼하고 독립한 뒤로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지내고 있지만 힘이 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로골퍼들 중에는 생활고에 어쩔 수 없이 부업 전선으로 뛰어 드는 경우가 많다. 연습장에서 아마추어 골퍼를 대상으로 레슨하는 골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몇몇 선수들은 대회 출전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문경준은 “주변에서 레슨하면서 생활하는 프로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 역시 어려울 때는 그런 생각을 했다”면서 “취직해서 직장 생활하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이 바라는 건 더 많은 대회가 생겨 선수로서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윈터투어가 남자골퍼들에게 희망으로 다가 온 이유다.

문경준과 이정오는 “윈터투어에 나오지 못해 아쉬워하는 선수들이 많다. 정규투어에 비해 상금은 작지만 우리에겐 결코 작은 대회가 아니다. 이런 대회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카오야이(태국)|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트위터@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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