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50여개 예상질문 예행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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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4일 07시 00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되찾은 박종우가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되찾은 박종우가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제프리 존스 고문변호사가 들려준 박종우 IOC 징계위 출석 뒷얘기들

수차례 시뮬레이션 징계위서도 침착
알고한 세리머니 질문 진심으로 설득
대한체육회 철저한 사전준비 큰 도움


2012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 직후 독도 세리머니를 펼쳐 동메달 수여가 6개월 넘게 보류된 박종우(24·부산 아이파크)는 이제 시름을 덜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2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박종우에게 추가징계 없이 메달을 수여하기로 했다. 정치적인 행위와 금지약물 복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IOC의 최근 기류를 고려할 때 메달 박탈도 배제할 수 없었지만 징계위원들은 결국 박종우의 손을 들어줬다. 박종우와 모든 일정을 함께 한 체육회 강래혁 법무팀장(변호사)과 제프리 존스 국제 변호사를 통해 징계위원회 뒷이야기를 들었다.

○ ‘통한’ 진심

성심성의를 다한 건 박종우 본인만이 아니었다. 대한체육회도 총력을 기울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박종우에게 ‘A매치 2경기 출전 정지’ 등 가벼운 처분을 내리면서 낙관론도 나왔지만 IOC는 별개 사안으로 다뤘다. 대한체육회 최종준 사무총장도 “FIFA 징계는 참고사항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했다. 결국 모든 상황의 종지부는 IOC의 몫이었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체육회는 빈틈없는 시나리오를 짰다. 오래 전부터 체육회의 국제 업무를 도운 존스 변호사와 강 팀장을 중심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히 대처할 수 있도록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했다. 무엇보다 징계위원회 예상 질문을 추리는 게 급선무였다. 이렇게 뽑은 질문이 무려 50여 개였다. 체육회 박용성 회장의 역할도 컸다. 국제 스포츠계 거물들과 두루 친분을 쌓은 덕에 일찍부터 IOC 분위기를 파악해 철저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박종우와 동행한 국제변호사 제프리 존스가 국내 취재진과 만나 IOC 징계위원회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박종우와 동행한 국제변호사 제프리 존스가 국내 취재진과 만나 IOC 징계위원회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현지에서는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는데 주력했다. 마치 징계위원들이 배석한 것처럼 자리를 꾸며 예행연습을 했다. 강 팀장은 “현장과 최대한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 경직된 분위기에서 차례차례 문답하는 형식의 사전 준비는 큰 도움이 됐다. 한 시간 가량의 청문회에서 박종우가 떨지 않고 진심을 전한 비결이었다.

존스 변호사는 “사전 준비한 질문들이 나왔다. 징계위원회가 마련한 당시 영상 및 사진이 포함된 프레젠테이션도 문제없었다. 유일한 고비는 ‘알고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한글을 아는 선수가 의도 없이 행동한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를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있는 사실을 전부 인정했고, 선수가 왜 그랬는지 잘 설명했다”고 털어놨다.

인천국제공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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