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KIA서 풍기는 승리의 향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41세 최향남 8경기 연속 무실점… 공격적인 투구로 타자 압도
수렁의 호랑이 5할 승률 복귀

“우리 팀이 자선사업하는 곳도 아니고….” 5월 테스트를 통과한 뒤 계약을 하러 KIA 구단 사무실을 찾은 최향남(41·사진)에게 구단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최향남을 바라보는 구단의 눈길은 냉정하다 못해 쌀쌀하기까지 했다.

그럴 만도 했다. 최향남은 올해 한국 나이로 42세나 된 베테랑 투수다. 지난해 중반 팔꿈치가 아파 롯데에서 방출된 뒤 1년 넘게 실전 마운드에 서지도 못했다. 다른 구단에 테스트를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인 팀은 한 곳도 없었다.

더구나 KIA는 시즌 직전 프랜차이즈(KIA의 안방인 광주출신을 의미) 스타 이종범(42)을 은퇴시키면서 적지 않은 홍역을 치렀다. 세대 교체를 이유로 이종범을 버렸는데 이종범과 최향남은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빗발치는 팬들의 비난에 구단의 처지도 난처했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단호했다.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최향남의 입단을 관철시켰다. 선 감독은 “투수와 타자는 다르다. 야수인 종범이는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투수는 1이닝만 제대로 던질 수 있어도 제 몫을 할 수 있다. 나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선 감독이 최향남과 의기투합한 장소는 방문경기 때 숙소에 있던 사우나였다. 아침 일찍 일어난 선 감독과 오전 운동을 마치고 나오던 최향남이 우연히 사우나에서 만난 것이다. 선 감독은 최향남에게 “나도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해 봐서 외국에서 살아남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향남이 너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동안 절실함을 가졌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 같은 감독의 신뢰는 최향남에게 큰 힘이 됐다.

최향남의 입단은 KIA의 팀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6월 중순 1군에 합류한 최향남은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섰다. 그는 부상 중인 한기주와 왼손 타자에게 약점을 보이는 유동훈을 대신해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10일 현재 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3세이브와 2홀드를 거뒀다.

8일 넥센전은 최향남의 진가를 보여준 경기였다. 2-1로 앞선 9회말 등판한 최향남은 1이닝 동안 안타 1개를 맞았지만 3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시속 140km가 안 되는 직구였지만 공격적인 투구와 빠른 투구 템포는 상대 타자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최향남이 입단하기 직전까지 하위권에 머물던 KIA는 뒷문이 안정되면서 6월 말 7연승을 거두는 등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어느덧 5할 승률(33승 4무 33패)에도 복귀했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선 감독의 ‘한 수’가 쓰러져 가던 KIA를 살렸다.

[채널A 영상] 프로야구 KIA, 닮은 꼴 스타 ‘평행이론’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프로야구#기아 타이거즈#최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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