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권호 “한국 레슬링, 런던올림픽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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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6일 0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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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올림픽 결승은 세계랭킹 1위와 꼴찌가 붙어도 알 수 없는 무대에요. 말 그대로 붙어봐야 압니다.”

‘레슬링 영웅’ 심권호(39)는 운동선수 출신 중 가장 예능감이 뛰어난 캐릭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TV 프로그램 속 그의 모습은 올림픽 챔피언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레슬링 종목 해설을 하면서도 정확한 해설보다는 격한 ‘막말 해설’로 이름이 높았고, 최근에는 ‘불멸의 국가대표’-‘라디오스타’ 등 정통 체육보다는 예능 쪽으로 많은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레슬링은 그의 본업이다. 심권호는 운동 이야기를 할 때는 한없이 진지한 남자가 된다. 기자는 몇 달 전 “한국 레슬링의 이번 올림픽 성적을 예상해달라”라고 부탁했지만 심권호는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대표팀에 속해 있지 않은 자신이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다는 것. 하지만 런던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최근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 촬영 현장에서 다시 만난 심권호는 드디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솔직히 말하면 메달 2~3개 정도 따면 다행이라고 봐야죠. 어떤 색깔이 되느냐는 건 운이고.”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정지현(29·삼성생명)이 금메달을 따낸 이후 한국의 올림픽 금맥은 끊겼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노 골드’에 그친 것이다. 심권호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2000 시드니올림픽도 벌써 10년 이상이 흘렀다. 이번 런던올림픽에는 김진혁, 이세열(이상 조폐공사), 김진철(삼성생명) 등 남녀 합쳐 총 9명의 선수가 나선다. 심권호는 “금메달 전망이 밝지는 않다”라고 했다.

“단순히 성적대로라면 딸 수 있는 메달이 없다고 봐야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3위 내에 든 선수가 한 명도 없으니까요. 다만 지난해 말 프레올림픽에서 성적이 좋았고 전체적으로 선수단이 상승세에 있으니까 기대를 걸만 합니다.”

심권호는 “메달 후보는 역시 정지현이 유력하다”라면서도 김형주(창원시청)-엄지은(서울중구청) 등이 출전하는 여자 레슬링 쪽에서의 선전을 예상했다. 대항마가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에 빛나는 김형주는 체육계에서 ‘숨겨진 런던올림픽 메달 후보’로 꼽는 선수다.

“여자레슬링은 중국과 일본이 강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도 아주 잘합니다. 금메달은 몰라도 3위내 입상은 충분히 노려볼만 해요. 대진표만 잘 나오면 결승까지 탄탄대로로 갈 수도 있고.”

심권호는 “올림픽은 세계랭킹 1위와 대회 출전 선수 중 랭킹 꼴찌가 만나도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무대”라며 “격투기 종목의 최대 변수는 부상”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그가 밝힌 에피소드 하나.



“후배 선수 중 한 명이 국제대회에 출전했는데 예선 거치고 올라가면서 경기 때마다 계속 다친 거예요. 어떻게 결승까지는 갔는데 손목, 발목, 어깨 할 거 없이 만신창이야. 결승 상대도 만만치 않았고. ‘잘못하면 선수 생명도 위험하다, 기권하고 준우승으로 만족하자’라고 우리 쪽에서 결론을 냈어요. 그런데 코치님이 ‘어차피 기권할 거 인사나 하고 내려와라’ 해서 기권을 안 하고 일단 올라갔죠. 그런데 상대 선수는 아예 팔에 기브스를 하고 나왔더라구요. 말 그대로 인사만 하러 온 거에요. 결국 제 후배가 우승했다는 거 아닙니까. 기권했으면 못하는 걸.”

심권호는 ‘불멸의 국가대표’ 촬영으로 은퇴 이후 처음으로 레슬링 경기장에 섰다. 그는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했다.

“다른 운동은 은퇴하더라도 시합도 뛸 수 있고 혼자서도 할 수 있잖아요. 레슬링은 은퇴하는 즉시 선수 등록이 취소돼 대회에 나갈 수가 없어요. 유니폼에 신발에, 상대 선수도 필요하잖아요. 이런 식으로 정식 경기장에서 시합하는 건 은퇴 후론 처음입니다.”

심권호는 지난 베이징올림픽 때 ‘막말 해설’로 구설에 오른 끝에 이번 올림픽에서는 어느 방송사로부터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심권호는 여전히 씩씩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저 사람 변했다’라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유명해지면 뻣뻣해지는 사람들이 싫었거든요. 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드립니다. 요즘 다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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