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사커에세이] ‘절대전력’ 용병 부상에 너무 관대한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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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6일 07시 00분


박주호. 스포츠동아DB
박주호. 스포츠동아DB
다음달부터 K리그도 여름이적시장이 열린다. 8월26일이면 스플릿시스템에 따라 상,하위 리그 8개 팀씩이 가려지기 때문에 이번 이적시장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보강의 핵심은 외국인선수다. 내년시즌 강등여부가 올 시즌 성적으로 판가름되기에 주력선수를 K리그 구단에 내줄 팀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외국인선수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데 있다. 영상으로 본 경기장면이나 현지서 지켜본 선수의 경기력이 출중해도 막상 데려오면 적응에 애를 먹는다. 특히 올해 각 구단의 용병농사는 흉작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장기부상에 시달리는 신입 용병들을 보유한 시민구단들은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에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중이다.

해법은 부상과 관련한 연맹규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프로리그는 선수들의 부상에 대해 무척 관대한 편이다. 온정주의 때문인지는 몰라도 K리그 규정 어디를 봐도 해당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고작해야 K리그 공통계약서 제11조에 ‘계약해제 또는 해지’ 사유로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영구적으로 선수활동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실효성이 없는 규정이다. 일본 J리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비해 유럽은 부상과 관련, 너무 심하다 싶을 만큼 강력한 규정을 두고 있다. 작년 가을 필자는 FC바젤(스위스)로부터 소속 선수인 박주호의 9월분 월급을 30% 깎겠다는 소식에 화들짝 놀랐다. 이유인즉 입단이후 13일간 부상으로 정상훈련을 못했다는 것이다. 종아리뼈 골절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상태서 J리그 일정을 무리하게 소화한 뒤 바로 유럽으로 건너간 것을 모르지 않을텐데 이런 통보를 받으니 서운한 느낌마저 들었다. 며칠 읍소하다시피 해서 겨우 감봉은 면했지만 살벌하다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스위스리그의 경우 신입선수는 부상에 대해 10일까지만 봐주고, 이후부턴 급여삭감에 들어간다. 이러한 ‘부상 허니문 기간’은 선수의 연차가 오래될수록 늘어나 2년차는 한달, 3년차는 누적기간 두 달까지 급여삭감을 유예한다. 팀 기여도가 높아질수록 부상에 관대해지는 것이다. 스위스에서 신입선수가 장기부상을 당하면 급여는 50% 미만으로 뚝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위스에는 선수상해보험이 아주 발달해있다. 구단 책임보험과 별도로 선수는 보통 개인보험을 추가로 드는데, 박주호는 매달 160만원을 납입하고 있다. 40일 이후 지속되는 부상에 대해 급여를 보험회사로부터 보전 받는 조건이다. 구단은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급여를 삭감하거나 보험회사가 내주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이 거의 없다. 독일은 선수부상에 대해 스위스보다 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K리그도 선수부상에 따른 계약 해지, 급여규정을 손질하고, 동시에 상해보험을 통해 선수 급여를 보전하는 방안에 대해 보험회사들과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다만, 구단에 맡겨서는 안 되고 K리그 공통규정으로 만들어야 외국인선수들에게 기피구단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필자 같은 선수대리인에겐 부상에 대해 관대한 K리그 규정이 나쁠 건 없지만 구단들의 살림살이가 워낙 팍팍해져서 ‘새는 돈’이라도 막아보자는 취지다.

(주)지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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