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은철 “볼티모어 유니폼 받는 순간 눈물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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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8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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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에 합류한 최은철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사물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아닷컴 이상희 객원 기자
볼티모어에 합류한 최은철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사물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아닷컴 이상희 객원 기자
무명투수 최은철(28)이 최근 스프링캠프에 합류, 올 시즌 출격준비에 들어갔다.

최은철은 작년 겨울 단숨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더블 A 계약을 이끌어내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국에서 야구선수로 뛴 적이 없는 비선수 출신이다. 그랬기에 최은철의 빅리그 더블 A 계약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구상고 재학시절 단 2달 야구를 접했던 것이 전부였던 최은철은 스무 살 되던 해에 뒤늦게 야구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고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볼티모어에 입단하기까지 그는 누구보다 더 많은 좌절과 부상을 겪어야만 했다. 비선수 출신이라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부상도 힘들었지만 ‘학창시절 야구선수도 아니었던 비선수 출신이 뭘 하겠어’ 라는 기득권의 편견이 더 힘들었습니다.”

최은철이 지난 겨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던 말이다. 실제로 그는 SK와 NC 등 국내프로야구팀에서 입단테스트를 받았지만 모든 팀이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최은철은 포기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독립리그를 전전하며 노력했다. 그리고 결국, 오리올스와 계약하며 자신의 꿈 중 일부를 성취했다.

현재 미국 플로리다에 머물며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최은철의 최근 근황을 알아봤다. 난생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한 그의 소감과 각오를 들어보자.

<다음은 최은철과의 일문일답>

-더블 A이긴 하지만 미국 프로야구 팀과 공식적인 계약을 맺고 팀의 일원이 됐다. 그리고 당당히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소감을 말해달라.

: 작년 겨울 계약서에 사인할 때는 잘 몰랐는데 스프링캠프에 도착해서 사물함 앞에 걸려있는 유니폼과 거기에 쓰여있는 내 이름(Choi)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가슴이 벅차다. 너무 오랫동안 간절하게 원했던 꿈이 현실로 이뤄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직도 가끔은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다. 하루 하루가 새롭고 기분 좋다.

-스프링캠프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 다른 메이저 팀들과 동일하다. 캠프기간 동안은 쉬는 날 없이 매일 운동한다. 아침 7시에 하루 일정이 시작돼 오후 1~2시 정도에 끝난다. 하지만, 나는 오전 6시에 나와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운동하려고 노력한다.

-현재 몸 상태는?

: 작년 겨울 비자갱신 때문에 한국에 나갔을 때 감기에 걸려 걱정했으나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운동을 많이 해 지금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볼티모어에 합류한 최은철이 동료 앤디와 사물함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가르키고 있다. 이상희 객원기자
볼티모어에 합류한 최은철이 동료 앤디와 사물함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가르키고 있다. 이상희 객원기자


-구속은 어느 정도 나오고 있나.

: 아직 몸 상태가 100퍼센트 올라오지 않아 직구 구속은 80마일 후반 대 정도 나온다. 시즌개막에 맞춰 92마일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다. 내 공을 받아 준 포수들이 볼 끝이 좋다고 칭찬해줘 기분도 좋고 운동할 맛도 난다.

-더블 A 계약을 했다. 그럼, 올 시즌은 더블 A팀에서 시작하는 건가?

: 부상이나 큰 이변이 없는 한 그렇게 될 것 같다. 어디에서 시작하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느 팀에 배정되더라도 그 동안 준비한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나.

: 그렇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독립리그 기록이 전부라 다른 선수에 비해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불펜 피칭할 때 코치들이 다른 선수에 비해 나의 투구를 더 유심하게 보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일본인 투수 와다도 볼티모어에 입단했다. 같은 동양인이라 비교대상이 될 것 같은데?


: 그렇지 않다. 우리 팀은 메이저리그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메이저리거와 마이너리거 스프링캠프를 따로 차린다. 그러다 보니 와다 선수와 마주치는 일도 비교되는 일도 없다.

-최근 논란이 된 김성민 선수의 30일 접촉 금지기간이 끝난 것으로 안다. 계약과 관련해 들은 소식은 없나.

: 전혀 없다.

-오리올스의 팀 분위기는 어떤가.

: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도 좋고 코칭스태프나 선수들 모두 마음에 든다.

-혹시, 오리올스에 아는 선수는 없나?

: 있다. 세상은 정말 좁더라. 작년까지 한국프로야구 넥센에서 뛰었던 알드리지도 올해 우리 팀에 입단했다. 그 친구가 프로초년생인 나를 많이 챙겨주고 대화도 많이 나누려고 한다. 그리고 일본 세이브 라이온스에서 뛰었던 요시 도이 투수도 이번에 오리올스와 더블 A 계약을 하고 입단했다. 35살의 노장이라 공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다양한 변화구가 일품이다. 가장 친하게 지낸다. 아울러 내 룸메이트인 앤디도 내게 많은 도움을 준다. 미국투수인데 마이너리그 경험이 풍부해 그에게 배울 게 많다.

-독립리그에서만 뛰다 처음 메이저리그 마이너팀에 왔다. 피부로 느끼는 차이점이 있다면?

: 우선, 시설과 음식을 꼽을 수 있다. 독립리그는 클럽하우스나 야구장 등의 시설이 열악한데 메이저리그는 역시, 시설이 끝내준다. 식사도 매일 뷔페 식으로 나오는데 음식 종류도 많고 맛도 정말 좋다. 최고급 환경에서 부족한 것 없이 운동할 때 마다 ‘아 드디어 내가 미국프로야구팀에 입단했구나’라는 걸 피부로 느낀다.

-실전피칭은 언제쯤 하게 될 것 같은가?

: 우리 팀 마이너리그 스프링캠프 게임은 14일부터 시작된다. 그 때를 전후해 선발 등판하게 될 것 같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 우선, 스프링캠프 때 부상당하지 않고 준비한 내 기량을 십분 발휘해 코칭스태프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도록 하겠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시즌 후반기에는 트리플 A도 경험해 보고 싶다.

-끝으로 그토록 갈망하던 프로선수가 됐다. 프로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 비선수 출신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고 반드시 될 것이다. 그리고 은퇴 후에는 한국에서 선진야구를 가르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많이 응원해달라.

동아닷컴 | 이상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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