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구속 KEPCO 김상기 선수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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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7시 00분


KEPCO 김상기. 스포츠동아DB
KEPCO 김상기. 스포츠동아DB
“가족-배구 밖에 모르는 선수였는데…”

김철수코치 “성실한 그가 휘말리다니…”
아내 내달 둘째 출산 앞둬 안타까움 더해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KEPCO 세터 김상기(32·사진)의 아내가 다음 달 둘째아이를 출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KEPCO 김철수 코치는 15일 “김상기 선수가 처음 KEPCO에 왔을 때 정년이 보장된 직원 신분으로 뛸 수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기뻐했다. 또 그만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정도로 열심히 했다. 사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은퇴했을 것이다”면서 “그런 선수가 이번 사건에 휘말렸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 아프다. 그의 성실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회사에서도 다들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현재 김상기 선수는 회사에서 휴가로 처리되어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상기의 구속 사실을 아내에게 가장 먼저 알려준 이가 바로 김 코치였다.

김 코치는 “평소 아내들과 어울려 자주 저녁을 먹을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김상기 선수 아내가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가장 먼저 내게 알려올 정도였다. 내가 잘 챙겨주지 못해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 너무나 미안했다. 또 그의 아내가 둘째를 임신한 상태이고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구속 사실을 전해야 한다는 것도 몹시 힘들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 코치는 “어쩔 수 없이 벌은 받아야겠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태아와 산모의 건강이니 몸 잘 챙기시라고 했다. 고맙다고 하더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속은 얼마나 타들어 갔을 지를 생각하면 여전히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며 답답해했다.

김상기의 아내는 남편의 구속 이후 대구지검까지 내려갔지만 일부러 남편의 얼굴은 보지 않았다고 한다. 뱃속의 아이에게 구속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상기가 검찰에 소환되기 전날에는 김상기의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조모상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검찰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불법 스포츠베팅이 운동밖에 모르던 선수와 그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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