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의 무명투수 최은철, 세계무대 서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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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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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철 선수가 인터뷰를 마친후 투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은철 선수가 인터뷰를 마친후 투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8일, 미국 지역지 ‘볼티모어 선’은 ‘미 프로야구 더블 A팀 -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한국인 투수와 처음으로 계약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은 한국에서 바로 화재가 됐다. 야구계가 이 선수에게 주목을 하게 된이유는 야구 교육을 정식으로 받지 못한 ‘비선수’권 출신이기 때문이다.

MLB ‘더블A’는 야구 좀 한다는 선수도 3~4년의 시간이 걸릴 만큼 입성하기 힘든 좁은 문이다. 추신수 선수도 더블A에 오르기까지 4년이 걸렸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하지 않은 사람이 미 프로야구 더블A에 입단한다는 것은 마치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독학으로 고시를 패스한 것만큼이나 대단한 일이다.

최은철 (28·한국나이30)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야구를 시작한건 2006년, 한국나이로 24세, 선수로 한참 활약을 해도 모자랄 시기에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두 달 야구부에 들어본 것 외에 정식 교육도, 정규야구팀에서 뛰어본 경험도 전무한 사람이었다. 이제부터 이 영화 같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고등학교 때 잠깐 2개월 정도 대구상고에서 운동한 게 다고요 초·중·고등학교, 대한 야구협회, 등록 되 있었던 적도 없습니다.

22살(한국나이 24세)때였어요. 집에서 TV를 보는데 고등학교친구 안지만(삼성라이온즈 투수)선수가 공을 던지는 게 나왔어요. 나도 뭔가를 해야 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그래도 어깨는 내가 강하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마음을 먹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야구를 몰랐기 때문에 시작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2006년도에 제가 고 심형식 선생님이라고, 한국 담당 시카고 와이삭스 스카우트였는데 그분을 우연치 않게 선린상고에서 만났어요. 스피드를 처음으로 한번 재봤어요. 그 당시에 88마일(142km)이 나오는 거에요. 그래서 ‘한번 150km까지 끌어올려보자’ 하셔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같이 운동하는 선수들이 다 집에 간 후에도 혼자 남아서 지하철 끊길 때 까지 공을 던지면서 연습했어요. 선생님이 밥도 안 먹이면서 훈련 시켰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욕이란 욕은 다 얻어먹어가면서 운동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주변에서 많이 비아냥거렸죠. 맨바닥에 헤딩하는 격이었죠. 몇 번을 그만두고 싶었는데, 제가 내뱉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그걸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말을 못 지키면 내가 앞으로 인생에서 뭘 하더라도 안 되겠다 싶어서 진짜 많은 노력을 했어요. 남들 보지 않는데서 눈물도 흘리고...

선생님께서 미국 가는 것을 제안하시더라고요. 나랑 만들어서 미국 가보자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6개월 정도 그분께 야구를 배우고 2007년도에 관광 비자로 미국엘 들어가서 독립리그 생활을 4년 했어요. 그러다가 2011년에 멕시코(베라크루스 윈터리그)로 가서 처음으로 많은 이닝을 던졌어요. 이런 모습을 레이 포인트 빈트(극동아시아지역 스카우트) 씨 가 보고 댄듀켓(볼티모어 올리올스 단장) 에게 이야기를 해서 좋은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기적은 없는 것 같아요. 기적이 이라면 제가 야구를 시작한 한 달 뒤에 일어났어야죠. 그런데 제가 계산을 해봤는데요, 초등학교 4~5 학년에 야구를 시작하면 초등학교 2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3년 합쳐서 8년 동안 야구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올해 야구를 시작한지 딱 7년째입니다. 그래서 그 시기가 있지 않나 싶어요. 훈련의 시기를 마치고 야구를 알아갈 때 마지막으로 하늘에서 기회를 주시는 것 같아요. 피나는 노력을 했어요. 11~12시간을 던저 본적도 있고 스파이크를 1~2주 만에 바꾸기까지 하고...

심판을 두고 공을 던진 것은 시실 미국에 가서 독립리그 윈터리그 할때 처음으로 심판이 캐쳐 뒤에 있는 게임을 해봤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어렵지 않길래 쉽게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스프링캠프와서 많은 이닝을 하다보니까 제가 기본기가 없고 부족한 부분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어깨가 타고 난건 있는 것 같은데 야구에 대한 재능을 타고 나진 않은 것 같아요. 운동신경도 없고. 그래서 남들이 모르는 비판을 받으면서 그런 것을 극복해 나가면서 보완하는데 몇 년이 흘러간 것 같습니다.

레이씨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네가 메이저리그를 갈지는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한테 그런 걸 한번 보여주고 싶었어요. 꼭 좋은 환경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주류들만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비주류에 있는 사람들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진실 되게 땀을 흘리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최종 꿈은 메이져리그 입니다. 분명히 올라갈 자신도 있고요. 제 자신에게도 수고했다고, 앞으로 좀 더 수고하자고 항상 주문을 걸고 있어요. 메이저에 못 올라간다 하더라도, 이제는 다른 삶을 살아도, 포기하지 않고 남들보다 열정적으로 뭔가를 사랑하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영상 뉴스팀 ㅣ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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