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축구로 닥공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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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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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감독, 공격+페어플레이로 무장
“행님 도와주이소” 박태하 코치도 영입

최용수 FC 서울 감독(왼쪽)이 팀의 수석코치로 영입한 박태하 전 대표팀 수석코치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3년 후배인 최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박 코치를 삼고초려 끝에 모셔왔다.구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최용수 FC 서울 감독(왼쪽)이 팀의 수석코치로 영입한 박태하 전 대표팀 수석코치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3년 후배인 최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박 코치를 삼고초려 끝에 모셔왔다.구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FC 서울의 ‘무공해(무조건 공격해라) 축구’ 기대해주세요.”

최용수 서울 감독(41)은 지난해 말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과 함께 ‘실업자’가 됐던 박태하 전 대표팀 수석코치(44)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감독은 “행님, 제가 부족한 게 많은데 좀 도와 주이소”라며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정중하게 부탁했다. 한국 축구계에서 선후배 관계는 엄격하고 수직적이다. 이런 축구계의 분위기 속에서 선배가 후배 밑으로 들어가는 건 부담스럽다. 박 수석코치는 최 감독의 제의를 받고 고민했다. 하지만 최 감독의 ‘삼고초려’로 수석코치 직을 받아들였다. 6일 경기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두 사람은 현역시절인 15년 전의 서슬 퍼렇던 선후배가 아니라 서울을 2010년에 이어 2년 만에 정상에 올려놓기 위해 의기투합한 사이좋은 ‘동지’가 돼 있었다.

최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1997년 대표팀에서 선수로 박 수석코치를 처음 만났을 때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3년차이면 ‘하늘’같은 선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감독은 “태하 형하고는 성격이 잘 통해 그때부터 친하게 지냈다”고 회상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갑자기 황보관 감독이 사퇴하고 감독대행으로 7개월을 보내면서 부족한 게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경기를 분석할 때 준비는 잘했지만 젊은 패기와 과욕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자주 했다. 경험 많은 태하 형이 그것을 보완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한때 최하위권까지 떨어졌던 서울은 최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정규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울산 현대에 져 탈락했다.

최 감독과 박 수석코치는 요즘 훈련이 끝난 뒤 매일 3시간씩 팀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박 수석코치는 “최 감독을 세 차례 만나면서 축구에 대한 지향점이 나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 서울 같은 명문 팀이라면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후배가 감독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고 하자 “서로 존중하고 신뢰를 통해 공감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문제없다”고 답했다. 박 수석코치는 “대표팀에서 세계적인 팀들을 상대하며 얻은 경험도 서울이 우승하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7년 말부터 허정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을 보좌한 박 수석코치란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최 감독은 올 시즌 ‘무공해 축구’란 화두를 던졌다. 팬들을 위해 공격적인 축구를 하는 동시에 무공해 같은 깨끗한 페어플레이를 강조한 것이다. 최 감독은 “전북이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로 지난 시즌을 휩쓸었다면 이번 시즌은 우리의 ‘무공해 축구’ 시대가 올 것”이라며 “내부 규율이 잘 세워진 가운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수들이 잘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 시즌 포부를 밝히는 선후배의 눈빛 속에는 기대와 희망이 가득했다. 서로에 대한 믿음도 확고했다. ‘최-박 콤비’가 ‘무공해 축구’란 공격적이면서도 깨끗한 매너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길 기대해 본다. 서울은 9일 괌으로 해외전지훈련을 떠나는 것으로 용의 해 비상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구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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