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 “ML서도 통한다”… 鄭의 도전, 성공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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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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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대박보다 꿈 찾아 미국행

미국프로야구엔 시속 160km 직구를 던지는 투수가 차고 넘친다. 그 빠른 공을 갖고도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하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정대현은 태극마크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로 군 면제를 받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4강과 2009년 WBC 준우승에도 힘을 보탰다. 동아일보DB
정대현은 태극마크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로 군 면제를 받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4강과 2009년 WBC 준우승에도 힘을 보탰다. 동아일보DB
정대현(33)이 꿈의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올해 SK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는 원 소속팀과의 우선협상 기간이던 17일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구속으로 보면 정대현은 메이저리그급 선수가 아니다. 그의 최고 구속은 130km대 중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보기 힘든 정통 언더핸드 투수라는 희소성과 국제대회에서 검증된 성적 덕분에 3, 4개 구단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대현은 18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지에서 세부 조건을 들어본 뒤 계약서에 사인할 계획이다. 만약 계약이 성사되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에 직접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 11년간의 구애

정대현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미국과의 경기에 두 번 선발 등판했다. 경희대에 재학 중이던 그의 당시 최고 스피드는 시속 128km였다. 그런데 흐물흐물 날아오는 공에 미국 선수들의 방망이는 연신 허공을 갈랐다. 몇몇 메이저리그 팀이 그에게 매료돼 계약을 제안했지만 금액이 너무 적었다. 그리고 2001년 계약금 3억5000만 원에 SK에 입단했다.

이후에도 정대현은 국가대표에 단골로 뽑혔다.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다. 쿠바와의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9회말 1사 만루에 구원 등판해 율리에스키 구리엘을 병살타로 잡고 한국의 금메달을 확정지은 것도 그였다. 메이저리그의 눈은 계속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 역시 항상 메이저리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산 불펜 투수 정재훈은 최근 4년간 28억 원에 계약했다. 정재훈 이상의 대박 계약이 가능했지만 돈보다 꿈을 택했다.

○ 싱커와 커브의 조합

정대현의 구종은 딱 2개다. 싱커와 커브다. 흔히 말하는 직구가 없다. 직구를 던져도 저절로 타자 앞에서 쑥 가라앉는 싱커가 된다. 언더핸드 투수인 그에게 싱커는 특별한 무기다. 스피드에 따라 떨어지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그도 140km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공의 움직임을 위해 일부러 스피드를 내지 않는다. 또 공을 던질 때 손을 끝까지 숨기기 때문에 130km 중반의 공을 던져도 타자들은 140km대 중반으로 느낀다.

싱커가 가라앉는다면 커브는 떠오른다. 상반되는 궤적의 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이다. 제구가 좋고 위기 상황에서도 제 공을 던지니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들다. SK 투수들 사이에서 정대현은 같이 캐치볼하기 싫은 선수로 꼽힌다. 평범한 캐치볼에서도 그의 싱커를 받기가 어려워서다. 한 투수는 “움직임이 큰 데다 공도 무거워 포구할 때마다 손이 아플 때가 많다”고 했다.

○ “ML에서도 통한다”

10년 넘게 그를 지켜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한결같이 그의 성공을 점쳤다. 이승준 뉴욕 양키스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스윙 궤도로는 때론 떨어지고, 때론 떠오르는 정대현의 공을 맞히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미국도 분석을 철저히 한다. 한 번 파악된 이후의 승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민 미네소타 아시아태평양 담당 스카우트도 “정대현의 구위는 괜찮다. 다만 오른손 원 포인트 릴리프를 필요로 하는 팀에 가야 자리를 잡기 쉽다. 오른손 투수인 만큼 왼손 타자와 상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두 스카우트는 정대현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김 스카우트는 “메이저리그는 한국 야구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 큰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서 잘하면 그만큼 대우해 주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가는 첫 시도인 만큼 한국 대표라는 생각으로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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