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 볼트 “난 대구의 전설이 되고 싶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26일 07시 00분


단거리 연패 쉽지않아…이번이 전설의 첫발
결혼 시기·멀리뛰기 전향 질문엔 “노코멘트”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사나이가 소개되자, 전 세계에서 모인 수 백 명의 취재진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배경으로 자메이카의 상징인 레게음악이 흘러나오자,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몸을 살짝살짝 움직이며 리듬을 탔다. 2010년 대구를 방문했을 때, “내가 살짝만 움직이면 카메라들이 움직이는 게 재밌다”고 말하던 천진난만한 청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볼트는 25일 대구 대덕문화전당에서 열린 자메이카 대표팀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결전을 앞둔 소감을 털어놓았다. 볼트가 출전하는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 남자100m는 28일 오후8시45분, 남자200m는 9월3일 오후9시20분에 열린다.

○세계기록? ‘지금은 컴백시기일 뿐’

볼트는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100(9초69)·200(19초30)m와 400 m계주(37초10)에서 연거푸 세계기록으로 우승했다. 2009베를린세계선수권에서도 100(9초58)·200(19초19)m에서 또 한 번 세계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번 대회에서도 기록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볼트는 “지금은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 컴백 시기다. 세계기록보다는 최선을 다하는데 의미를 두겠다”고 했다.

지난 시즌 아킬레스건 부상과 허리 통증이 겹치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마친 뒤, 재활기간을 거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기록은 장담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경쟁자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낙마했기 때문에 볼트의 금메달 가능성은 높다. 역대 남자100m 2위 기록(9초69)을 보유한 타이슨 게이(29·미국) 역시 25일 대구스타디움 기자간담회에서 “볼트의 올해 기록은 좋지 않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고 늘 자신감이 충만하다”며 볼트의 100m 우승을 점쳤다.

○부담감? ‘언제나 함께 하는 것…즐기려고 할 뿐’


이번 대회를 앞둔 볼트는 2009베를린세계선수권 때와는 달리 다소 예민해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특유의 쇼맨십도 자제하고 있다. 그래서 “베를린대회 때는 날개를 달고 기자회견장에 나오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좀 소프트하다. 부담이 커서 그런 것인가?”는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볼트는 “첫 번째 메달을 딴 이후 부담은 언제나 있었다”는 말로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나는 항상 여유롭다. 그게 내 성격이다.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것도 좋아하고, 운동을 즐기려고 노력 한다”고 밝혔다. “부상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선수가 전혀 부상이 없을 수는 없다. 몸 상태가 나아지면서 기술적으로도 좋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목표? ‘연속우승하며 전설이 되는 것’

볼트는 목표에 대해 이야기 하며 “전설”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베이징올림픽과 베를린세계선수권을 거치며 최고의 스프린터로 추앙받고 있지만, “내가 볼 때는 아직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볼트는 “많은 선수들이 기록을 깨고 또 금메달을 땄지만, 단거리에서는 ‘이기고 또 이기는 것(연속우승)’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역대 올림픽 남자100m에서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미국의 육상영웅’ 칼 루이스(1984LA올림픽·1988서울올림픽) 뿐이다.

세계선수권에서는 루이스와 모리스 그린(미국)이 3연패를 달성한 것이 최고다. 볼트는 “이번 대회가 전설이 되는 첫 걸음이다. (전설이 되는 시기는) 2년 쯤 뒤가 될까?”라고 했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남자100m 2연패, 2013모스크바세계선수권에서 남자100m 3연패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만약 이 기록을 달성한다면, 볼트는 루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성공 이후 변한 것? ‘변하면, 아버지가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것’

이번 대회를 취재하러 온 자메이카 언론들은 “볼트는 예전과 다름없이 친절하다. 진정한 신사”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불과 3년 만에 세계적인 스타가 됐지만, 거만함 등은 찾아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볼트는 “변한 것이 있다면, 스피드를 좋아해 자동차를 몇 대 산 것 뿐”이라며 웃었다. 이어 “나는 나일 뿐이며, 주변에 있는 친구들도 그대로다. 만약 내가 변한다면 아버지가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인간번개’에게도 아버지란 존재만큼은 큰 무게감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 했다. 볼트는 거의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답했지만, “여자친구와의 결혼시기”와 “칼 루이스가 ‘20세 이후 멀리뛰기 전향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노코멘트”를 선언했다. 볼트는 그 간 멀리뛰기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 피력해 왔다.

대구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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