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을 달구자/대구세계육상 한달 앞으로]‘성공 대회’ 준비 뜨거운 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7일 03시 00분


입장권 77% 팔려… “홈스테이 제공” 줄이어

대회 성공기원 350km 국토순례 대구세계육상대회 성공을 위해 18일부터 국토대장정에 나선 대구대 학생들. 29일까지 350km를 걸어 대구스타디움에 도착할 예정이다. 대구대 제공
대회 성공기원 350km 국토순례 대구세계육상대회 성공을 위해 18일부터 국토대장정에 나선 대구대 학생들. 29일까지 350km를 걸어 대구스타디움에 도착할 예정이다. 대구대 제공
“큰 잔치를 앞둔 분위기가 나네요. 한 달 전과는 꽤 달라진 것 같습니다.”

대구 신천를 가로지르는 수성교를 지나던 택시운전사 한호용 씨(54)는 26일 다리 난간을 따라 펄럭이는 만국기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한 씨는 “대회가 다가오니 운전대를 잡는 마음가짐도 좀 다르다”며 “이제 육상이 왜 재미있는지,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를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손님들과 육상 이야기도 주고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 품앗이와 두레처럼

불과 보름 전만 해도 대구시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조직위는 대회 분위기가 좀처럼 뜨지 않아 애를 태웠지만 개막(8월 27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달구벌을 달구자’는 분위기는 대구의 찜통더위까지 밀어내고 대회 성공을 바라는 희망으로 바뀌었다. 각계각층에서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지구촌 대축제를 맞이하자는 한마음으로 가득하다. 밝은 표정을 되찾은 김범일 대구시장은 “대회를 보는 시선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며 “진짜 감동적이고 열정적인 대회가 되도록 품앗이와 두레 정신이 넘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8일에는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시민 2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시민자원봉사단 발대식과 성공 기원 음악회가 열린다. 유진선 단장(대경대 총장)은 “대구의 얼굴인 자원봉사단을 통해 대구가 알고 보면 무뚝뚝하지 않고 얼마나 속정이 깊은지를 증명해 보일 것”이라며 “250만 시민이 모두 자원봉사자라는 마음으로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열정도 넘친다. 대구대 학생 65명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18일 서울 잠실운동장을 출발해 경기, 충북, 경북을 잇는 350km 국토 순례를 하고 있다. 경북대 학생 100여 명은 이달 초 대구에서 광주까지 230km를 횡단하며 대회를 알렸다. 대구스타디움 도착 구간에서 학생들과 함께 걸을 예정인 홍덕률 대구대 총장은 “걷는 것은 육상과 많이 닮았다”며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대구 육상대회가 지구촌의 박수를 받는 멋진 대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겠다”고 말했다.

○ 십시일반(十匙一飯)의 힘

불교계도 대회 성공을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다. 대구불교총연합회가 입장권 1억 원어치를 구입한 데 이어 대구 경북 조계종 5개 본사(동화사 은해사 불국사 고운사 직지사)는 입장권을 가진 방문객에게 무료 입장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팔공산 동화사는 승시(僧市·승려들의 산중 장터)를 대회 기간인 9월 1∼5일 열기로 했다. 대구불교총연합회 회장인 성문 스님(동화사 주지)은 “대구 대회는 지구촌의 큰 축제여서 대구 불교를 체험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며 “대회가 순조롭게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불교계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반시민들도 홈스테이 등을 통해 손님맞이 준비에 설레고 있다. 현재 80여 가구가 홈스테이용 주택을 내놓은 상태다. 대구스타디움 부근에 사는 주부 정모 씨(48·수성구 시지동)는 “대구가 생기고 이번처럼 많은 나라 사람들이 모이는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우리 집에 묵을 외국인이 대구와 한국에 대해 아주 좋은 느낌을 갖도록 잘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홈스테이용 주택을 제공하려면 대구시 홈페이지(homestay.daegu.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경북도는 최대 문화행사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대구 대회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일정(8월 12일∼10월 10일)을 앞당겼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트위터를 통해 대회를 알리고 있다.

○ 최고 대회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대구시와 조직위는 예전 대회의 장단점 분석을 통해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성공 모델은 2009년 8월 베를린 대회(12회). 9일 대회 기간에 하루평균 5만7600여 명(총 51만8000여 명)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관중석의 열기는 선수들에게 힘으로 작용해 세계기록도 나왔다. 반면 2007년 8월 오사카 대회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 푹푹 찌는 날씨가 큰 걸림돌이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하루 2만8000여 명이 입장하는 데 그쳤다. 세계기록도 없었다.

대구 대회는 오사카와 베를린 대회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6일 현재 입장권은 35만1800장(77%)이 판매됐다. 개막 전까지는 100% 판매할 계획이다. 걱정인 단체표의 사표(死票) 방지를 위한 노력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단체 입장권을 구입한 기업 등과 머리를 맞댄 결과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대형할인점은 입장권에 대회 마스코트인 ‘살비’ 도장(경기장 관람 확인)을 찍어오면 기념품과 물건값을 10% 할인해 줄 예정이다.

알뜰 대회도 특징이다. 주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은 월드컵경기장을 활용하며 처음 마련하는 선수촌은 대회 이후 일반인에게 분양한다. 대회총회가 열리는 엑스코 등 주요시설도 이미 지어져 있어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주경기장 전광판 및 트랙 교체 공사에서도 비용을 최대한 절약했다. 컴퓨터, 책상, 의자 같은 비품은 빌려 쓴다. 한만수 대회 조직위 기획조정팀장은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썼던 관련 운동기구까지 고쳤다”며 “알뜰 대회 측면에서도 역대 최고가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안전 대책도 빈틈이 없다. 대구지방경찰청은 경기장과 공항 등 주요 시설을 특별치안구역으로 설정해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전담경비 경호대를 가동해 선수 보호 등 안전망을 구축했다. 대구지검은 대회특별지원단을 구성해 대회 기간에 불법 집회와 시위를 차단하고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밀 대응할 방침이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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