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베팅의 세계]<4·끝>오즈메이커(Odds Maker)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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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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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팅, 어디로 몰릴까?… 고객과 치열한 두뇌싸움

스포츠토토의 고정 배당률 상품인 프로토의 배당률을 정하는 오즈메이커 이일호 팀장, 김일태, 이영신 대리(왼쪽부터). 사무실 뒤편에 보이는 TV를 통해 전 세계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는 이들은 철저한 보안 속에서 근무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스포츠토토의 고정 배당률 상품인 프로토의 배당률을 정하는 오즈메이커 이일호 팀장, 김일태, 이영신 대리(왼쪽부터). 사무실 뒤편에 보이는 TV를 통해 전 세계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는 이들은 철저한 보안 속에서 근무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근무시간에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있다. 사장조차 접근이 금지된 철통 보안 사무실에서 일한다. 종종 고객들과 친지들에게 협박 아닌 협박도 받는다. 종잡을 수 없는 근무 환경에 둘러싸인 이들은 스포츠 베팅 세계의 ‘미다스의 손’ 오즈메이커다.

○ 배당률을 정하는 마스터들

스포츠 베팅은 크게 토토(총상금을 당첨자 수로 나누는 변동 배당률)와 프로토(배당률이 정해진 상태에서 베팅)로 나뉜다. 오즈메이커는 프로토의 배당률을 정하는 사람이다. 스포츠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오즈메이커가 정한 배당률을 살피며 베팅을 한다. 배당률 1 대 2.4인 팀에 1000원을 걸어 경기 결과를 맞히면 2400원을 돌려받는 식이다.

스포츠토토의 이일호 오즈운영팀장(37)은 2006년 베팅의 세계에 뛰어든 1세대 오즈메이커다. 스포츠닷컴 축구담당 기자로 일하다 오즈메이커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 팀장은 “처음엔 도박 관련 사업에 종사한다는 편견 때문에 힘들었다. 돈과 연관돼 있다 보니 초기엔 신변 노출도 꺼렸다”며 “하지만 최근엔 스포츠 관련 유망 직종으로 인정받고 있어 뿌듯하다. 연봉도 일반 대기업보다 많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팀장과 같은 스포츠토토에 근무하는 오즈메이커는 총 8명.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공부하며 ‘미국프로야구 연봉 산출법’에 대한 논문을 쓴 김일태 대리(33), 금융업계의 파생상품을 다루다 전업한 이영신 대리(32)도 오즈메이커팀의 주축 멤버다.

○ 고객과의 치열한 두뇌싸움

오즈메이커 한 명은 일주일에 약 50경기의 배당률을 결정한다. 유럽 각국의 축구리그, 미국과 일본의 각종 프로 스포츠 등 세계 전역의 스포츠 경기를 넘나들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사무실 한쪽 면은 TV 중계화면으로 가득 차 있다.

김 대리는 “오즈메이커로서 매력을 가장 크게 느끼는 순간은 고객들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칠 때”라며 “고객들의 베팅이 어디로 몰릴지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즈메이커들이 말하는 배당률 결정의 주요 변수는 최근 전적, 상대 전적, 홈경기 여부, 최근 경기력, 날씨, 부상 선수, 경고 누적 등이다. 일례로 아이슬란드 화산 사태 당시엔 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 배당률이 요동쳤다. 교황 선종 당시에는 이탈리아 축구 경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 법적으로 고정 환급률 정해져


스포츠토토가 사행성 도박과 다른 점은 법적으로 고정 환급률 범위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오즈메이커들은 고객이 100원을 베팅하면 50∼70원은 돌려줄 수 있게 배당률을 설정해야 한다. 이 대리는 “사행성 베팅의 문제는 더 크게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라며 “건전한 베팅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교한 배당률 설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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