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장갑 낀 상주 수비수…‘승부조작 후유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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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후유증’ 상주 상무, 골키퍼-감독도 없이 경기 출전
후반 3골 허용… 서울에 역전패

“골키퍼도 없고, 감독도 없고.”

9일 상주 상무와 FC 서울의 프로축구 정규리그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상주는 이날 있어야 할 두 명이 없었다. 한 사람은 골키퍼, 그리고 또 한 사람은 감독이었다.

승부조작 후유증 때문에 상주는 소속팀 골키퍼 4명이 모두 이날 출전할 수 없었다. 3명이 검찰에 소환됐고 남은 골키퍼는 권순태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 권순태마저 2일 대구 FC와의 경기 중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이날 출전이 불가능했다. 수비수인 이윤의가 임시로 골키퍼 장갑을 꼈다.

경기 중 필드 플레이어가 장갑을 끼는 경우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상주는 2일 대구전에서도 경기 중 권순태가 퇴장당하자 필드 플레이어가 대신 골키퍼 장갑을 꼈다. 하지만 경기 전 골키퍼가 없어 필드 플레이어가 처음부터 골문을 지켜야 하는 상황은 1983년 프로축구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후보 골키퍼로 등록한 김범준은 미드필더다.

이와 함께 이수철 상주 감독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이 감독의 빈자리에는 김태완 코치가 앉아 있었다. 이 감독은 참고인 자격으로 군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상주 관계자는 “경기 전 군 검찰에서 이 감독에게 입건된 선수 9명과 관련해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보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군 검찰에서 조사를 받느라 구단에서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선수 관리 소홀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상주는 승부조작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대표적인 구단이다. 지난해까지 광주 상무 시절과 이전 소속팀에서 일부 선수가 저지른 승부 조작으로 모두 9명이 군 검찰에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됐다. 선수단의 20%에 해당된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상주였지만 승부조작 사건이 불거진 이후 5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날 상주는 임시 골키퍼 이윤의가 선방하고 김정우의 선제골로 앞서 갔지만 후반에만 3골을 허용하며 서울에 2-3으로 역전패했다. 포항 스틸러스는 이날 1골 2도움으로 맹활약한 김재성과 모따, 황진성의 연속 골에 힘입어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 가담과 성적 부진으로 왕선재 감독이 물러난 대전 시티즌을 7-0으로 꺾었다. 7골은 올 시즌 한 팀 최다 골이며 7골 차는 역대 최다 점수차 타이기록이다.

전남 드래곤즈는 10일 광양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0-1로 뒤지다 후반에만 세 골을 몰아 넣으며 3-1로 역전승했다. 전남은 8승 4무 5패(승점 28점)로 3위 제주 유나이티드(8승 4무 5패·승점 28점)와 승점과 골 득실차(+5)는 같지만 다득점(전남 20, 제주 28)에서 밀려 4위를 기록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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