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류현진·김광현, 한방 맞았다고 기죽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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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2일 07시 00분


베테랑 투수 배영수가 건네는 조언

나도 한때 바닥까지 떨어졌다 부활
집중력 떨어지면 타자 이길수 없어
공 하나에 집중하고 자신을 믿어라

배영수. 스포츠동아DB
배영수. 스포츠동아DB
삼성 배영수(30)는 시즌 첫 등판에서 기분 좋게 첫 승을 신고했다. 10일 문학 SK전에서였다. 6.1이닝 동안 10안타를 맞고 볼넷과 사구를 1개씩 내주고도 3실점으로 버텨 팀을 스윕(sweep) 위기에서 건졌다. 탈삼진 한 개 없었던 이날 그의 피칭은 말 그대로 관록과 위기관리능력의 승리로 요약할 수 있다.

주중(12∼15일) LG와의 잠실 3연전을 위해 대구로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 머물고 있는 배영수를 11일 전화로 만나봤다. 첫 승의 소감을 묻자 대뜸 “요즘 야구를 다시 배우고 있다. 기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또 한번 깨달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계속해서 그의 말.

“SK 타자들은 역시 강하더라고요. 10안타나 맞았잖아요? 운이 좋았죠. ‘볼넷을 내주기보다는 차라리 안타를 맞자’고 마음 먹었어요. 아시잖아요? 볼넷으로 출루시키면 점수가 될 확률이 더 높다는 걸. 날씨가 궂은 날에는 더 그렇고요. 그래서 볼넷은 안 주려고 집중했어요.”

전날 피칭을 복기하던 배영수는 갑작스레 “(류)현진이랑, (김)광현이가 개막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현진이나 광현이가 나보다 나은 투수라 금세 좋아지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여러 생각 하지 말고 한 가지만 잊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영수가 조언한 ‘한 가지’는 바로 타자와의 승부시 집중력이었다. 그는 “공 하나 하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배영수는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또 부상과 수술로 지금도 예전만한 공을 던지지는 못한다. (전성기로 돌아가기 위해) 안 해본 것도 없다. 하지만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 얻은 결론은 타자를 상대하면서 일구일구에 집중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2000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배영수는 2004년 17승(2패)을 거두면서 다승왕과 승률왕,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한꺼번에 거머쥔 특급투수였다. 한화 류현진과 SK 김광현에 앞서 한국을 대표한 에이스였다. 2007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2008년 복귀했지만 지난해까지 3년간은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바닥 밑의 나락’을 경험해본 베테랑이기에 누구보다 강인한 ‘불굴의 의지’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를 터득했는지 모른다.

그런 배영수가 김광현, 류현진에게 건넨 한마디는 의미심장하다. ‘스스로를 믿으라’는 아주 평범하지만 진한 울림을 갖는 메시지다.

정재우 기자 (트위터 @jace2020)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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