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창용!…그는 LG 희망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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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5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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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마운드의 구세주 박현준

LG 마운드에 희망을 뿌렸다. 지난해 SK에서 LG로 트레이드됐던 박현준이 3일 두산과의 개막 2차전에서 상대 타선을 꽁꽁 묶는 완벽투로 팀에 첫 승을 안겼다. 스포츠동아DB.
LG 마운드에 희망을 뿌렸다. 지난해 SK에서 LG로 트레이드됐던 박현준이 3일 두산과의 개막 2차전에서 상대 타선을 꽁꽁 묶는 완벽투로 팀에 첫 승을 안겼다. 스포츠동아DB.
프로 2년간 고작 2승 초라한 성적
주전 부상으로 찾아온 선발 기회
6.1이닝 완벽투로 팀 첫 승 안겨
“12승 찍고 PS행! 이제 시작이죠”
사이드암 투수 박현준(25)이 LG 마운드의 구세주로 등장했다.

2009년 프로데뷔 후 2년간 2승(3패)에 그쳤던 박현준은 3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등판해 6.1이닝 6안타 무실점의 빛나는 호투를 펼쳤다.

LG는 전날 개막전에서 0-4로 무릎을 꿇은 터라 더욱 중요한 게임. 에이스 봉중근은 부상으로 이탈했고, 주키치도 시범경기에서 옆구리 통증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해야했다. 이런 부담을 어깨에 짊어진 채 마운드에 오른 박현준이 완벽한 투구로 팀에 첫 승을 선사하자 주가가 치솟고 있다.

○변화

주변사람들은 박현준에 대해 “힘이 장사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는 힘만 믿고 ‘돌팔매 투구폼’으로 줄기차게 전력투구만 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마무리훈련부터 공을 들인 건 강약조절.

때론 빠른 투구폼에서 느린 공을 던지고, 때론 느린 투구폼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템포피칭을 익혔다.최계훈 투수코치는 귀찮을 정도로 그에게 달라붙어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컨트롤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포수를 세 발 앞으로 나오게 해 타깃을 잡아주는 독특한 맞춤형 훈련을 하기도 했다. 피칭 거리에 대한 부담을 없애고, 릴리스포인트를 일정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직은 완벽한 컨트롤은 아니지만 실투를 줄일 수 있는 컨트롤이 만들어졌다.

두산 타자들은 “어디로 날아올지 몰라 계산이 안 되는 투수”라며 종잡을 수 없는 코스와 구종에 혀를 내둘렀다.

○압도

두산은 이날 박현준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병살타를 4개나 기록했다. 그만큼 박현준의 공이 위력적이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대강점은 공끝이 살아있는 직구. 이날 두산전에서도 최고 148km의 꿈틀거리는 직구를 뿌렸다. 대개 초속과 종속 차이가 12∼13km 정도면 ‘공끝이 좋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 차이가 15km를 넘어가면 공끝이 평범한 투수로 분류된다. 박현준은 보통 초속과 종속의 차이가 11km 이내에 들어온다. 공끝만 놓고 보면 국내투수 중 최상위권. 체인지업으로 구사하는 포크볼과 크게 돌아들어오는 커브 또한 위력적이다. 박현준의 모자챙에는 ‘압도’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날 두산전 피칭은 그의 희망대로 압도적이었다. LG 박종훈 감독은 “박현준이 아주 잘 던졌다.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였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목표

첫 승을 거두자, 전주에 사는 부모님도 “잘했다. 고맙다”며 축하전화를 했다. 전주고 시절 함께 야구를 했던 친구들은 유일한 프로선수로 남은 그에게 “자랑스럽다. 역시 박현준이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2009년 프로데뷔 후 2년간 2승. 그리고 풀타임 선발투수의 첫 시험대인 올시즌. 단 한번의 투구에 팀의 기대치는 급상승하고 있다.

팬들도 신데렐라의 등장에 ‘엘창용(LG의 임창용)’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러나 그는 “출발이 좋아 기분이 좋지만 1경기를 던졌을 뿐이다”며 들뜨지 않으려 애썼다. 올시즌 목표에 대해서도 “내가 등판한 경기에서 팀이 12승을 거두는 것”이라는 소박한(?) 꿈을 밝히면서 “스프링캠프에서 두 외국인투수의 승수, 봉중근 선배의 승수, 다른 투수들의 승수 등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선발로 나간 경기에서 팀이 12승을 올리면 우리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웃었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사진ㅣ박화용 기자 (트위터@seven7sola)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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