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듯이 치겠다, 2008년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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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9일 07시 00분


■ ‘LPGA 샛별’ 서희경의 각오

샷기술 보강…쇼트퍼트 집중 훈련
신인왕 받고 톱20 시즌 마감 목표
“올해도 가족생일 우승선물 쏴야죠”

미 LPGA 투어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또 하나의 신화를 써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지존’ 서희경이 테미큘라의 SCG 골프장에서 훈련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미 LPGA 투어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또 하나의 신화를 써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지존’ 서희경이 테미큘라의 SCG 골프장에서 훈련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2008년에 정말 미친 듯이 쳤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다. 올해 다시 그런 감이 오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의 지존 서희경(25·하이트)이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LA 인근 테미큘라의 SCG 골프장에서 훈련 중인 서희경은 매일 10 시간 이상 땀을 흘리며 시즌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사막지역 테미큘라는 한 낮이면 25도가 넘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서희경의 오른손은 마치 먹물을 끼얹은 듯 새까맣게 그을려 있다.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여자골프의 1인자다. 2008년 6승, 2009년 5승을 올리면서 신지애에 이어 KLPGA 투어 여왕이 됐다. 올해 KLPGA를 떠나 LPGA 투어에서 활약한다.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이 앞설 법도 하지만 “자신있다”고 잘라 말한다. “미국이라고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만만해 하는 이유는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체력이다. 사실 작년 시즌 체력 안배 실패로 쓴맛을 경험했다. “시즌 초만 해도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다. 그러다 미국과 일본 투어에 출전하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거기에 알러지까지 겹치면서 컨디션 난조에 빠졌다. 미국은 국내와 달리 이동거리도 많기 때문에 1년 동안 체력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전지훈련 동안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일어나 저녁까지 훈련하는 것도 모자라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 체력이 좋아졌다. 샷 기술도 새로 보강했다.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러프다. 질기고 억세서 좀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번 훈련을 통해 다양한 어프로치 기술을 보완했다. 지금까지는 칩 샷과 로브 샷 2가지 정도 기술만 사용했지만 이번 훈련을 통해서 바운스를 이용한 어프로치 샷 등 2∼3가지를 더 추가했다.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지만 70∼80% 이상 적응했다.”

퍼트도 새로 바꿨다. 그린에서의 승패가 성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린의 빠르기는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린의 결에 따라 속도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 퍼터를 교체하고 스트로크 때도 팔로스루를 줄여 좀더 공을 부드럽게 굴리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 바로 퍼트 불안 해소다. 서희경은 작년 시즌 쇼트 퍼트가 불안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롯데마트 여자오픈 18번홀에서 짧은 퍼트를 놓쳐 연장에 가지 못했다. 그 이후 짧은 퍼트 때문이 고생이 심했다. 1년 내내 괴롭혔다. 다행히 이번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불안감을 해소했지만 아직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샷에 비하면 퍼트 감각이 100% 아니라서 걱정이다”고 했다.

첫 대회(HSBC위민스챔피언스)까지는 2주 정도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퍼트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퍼트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 “가족 생일마다 우승, 올해도 기록 이어갈 것”

서희경은 2008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정말 미친 듯이 쳤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다. 올해 다시 그런 감이 오고 있다. 올해 지켜봐 달라”고 했다.

올 시즌 목표는 신인왕이다.

“첫 번째 목표다. 국내에서도 신인왕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꼭 신인왕이 되고 싶다. 그런 다음 톱20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꼭 한번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서희경에게는 특별한 기록이 있다. 바로 가족 생일날 우승하는 징크스다.

“2008년 9월 아빠 생신 때 인터불고 마스터즈에서 우승했고, 동생 생일이던 11월에는 LET 코리아 레이디스에서 우승했다. 할아버지 생신 때도 우승했었는데 아직 엄마와 제 생일에만 우승하지 못했다. 올해 그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의 생일은 4월, 자신의 생일은 6월이다. 미 LPGA 투어에선 가장 규모가 큰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달이다. 4월엔 나비스코 챔피언십, 6월엔 US여자오픈이 열린다. 서희경은 “제 생일에도 우승해보고 싶다”며 은근히 메이저 우승에 욕심을 냈다.

시즌까지는 2주 밖에 남지 않았다.

“욕심 내지 않고 차근차근 풀어나갈 생각이다. 샷도 좋고 컨디션도 좋다. 자신감도 좋아져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올해 부모님과 함께 투어 생활을 해야 하는 데 아버지, 어머니가 걱정 된다”고 말했다.테미큘라(미 캘리포니아 주)|글·사진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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