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 슈퍼볼 워드의 꿈… 그린베이 태클에 스러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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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쿼터 추격 터치다운-78야드 전진 맹활약 수포로

그린베이, 14년만에 NFL 정상 등극… MVP 로저스


막이 내렸다. 한동안 그는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한글로 ‘하인스 워드’라고 새겨진 왼쪽 팔뚝으로 얼굴을 닦았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무언가가 흘렀다. 5년 전 같은 무대에서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들고 환호했던 그였다. 하지만 이번엔 주인공이 아니었다. 경기장을 나오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마법 같은 대반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한국계 스타 하인스 워드(35·피츠버그 스틸러스). 그의 몸은 시즌 내내 좋을 때가 없었다. 최근 무릎 인대 파열로 선수생활을 그만둬야 할 위기까지 맞았다. 하지만 백전노장 워드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이날도 팀이 3-21로 끌려가던 2쿼터 종료 직전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바꿨다. 일곱 차례 패스를 받아 78야드를 전진하며 MVP급 활약을 했다. 그러나 소속팀은 2%가 부족했다. 4쿼터 중반 25-28, 3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기적을 만들진 못했다.

피츠버그를 꺾고 NFL의 최고봉인 슈퍼볼 정상에 오른 팀은 그린베이 패커스. 7일 미국 텍사스 주 알링턴의 카우보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31-25로 승리했다. 1997년 이후 14년 만에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품게 됐다. 슈퍼볼 트로피는 1, 2회 대회에서 그린베이를 슈퍼볼 정상에 올려놓은 미국 스포츠 최고의 지도자 빈스 롬바르디 감독의 이름을 붙인 것.

MVP는 그린베이 쿼터백 애런 로저스(28)에게 돌아갔다. 로저스는 39차례 패스를 시도해 24차례 성공하며 304야드 전진과 3개의 터치다운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강한 어깨와 정확한 패스를 갖춘 로저스는 NFL 쿼터백 가운데 정상급 선수에 속한다.

인구 12만 명의 그린베이는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프랜차이즈를 가진 팀 가운데 가장 작은 도시다. 하지만 미식축구 열기는 으뜸이다. 그린베이의 시즌 티켓을 구입하려면 평균 40년을 기다려야 한다. 대부분의 시민(11만2105명)이 475만934주를 보유한 패커스는 미국 프로 전체 팀 가운데 유일한 시민구단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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