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4강 길, 박주영이 뚫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3시 00분


120분 연장혈투 결승골… 우즈베크에 3-1 통쾌한 승리
16년전 히로시마 빚 갚아… 北 꺾은 UAE와 23일 격돌

16년 전의 악몽은 없었다. 한국 축구 남자 대표팀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한 우즈베키스탄을 준결승에서 만났다. 슈팅 시도에서 27 대 4로 월등히 앞서며 우즈베키스탄을 압도했다. 하지만 후반 우즈베키스탄의 중거리 슛이 골망을 가르며 0-1로 졌다. 당시 선수로 출전했던 광저우 아시아경기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부상을 당한 탓에 벤치에서 한국의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19일 중국 광저우 톈허 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선수가 아닌 사령탑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맞은 홍 감독은 16년 전의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다. 한국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즈베키스탄을 3-1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이날 북한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9-8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한 아랍에미리트와 23일 오후 8시 결승행을 다툰다.

이날 한국은 전반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우즈베키스탄을 몰아붙였다. 골은 금방 터졌다. 전반 3분 구자철(제주)이 올린 코너킥이 그라운드를 맞고 튀자 홍정호(제주)가 골대 왼쪽으로 낮게 헤딩해 골네트를 흔들었다. 기세를 몰아 우즈베키스탄의 골문을 위협했던 한국은 전반 중반 이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몇 차례의 역습 기회를 허용했다.

선제골을 잘 지킨 한국은 후반 들어서자 고전했다. 한국을 괴롭힌 것은 우즈베키스탄의 거친 몸싸움이었다.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태클과 몸싸움으로 한국 선수들을 밀어붙였다. 한국보다 훨씬 많은 반칙을 했다. 결국 후반 12분 우즈베키스탄 선수 한 명이 퇴장당했다. 한국은 유리한 상황을 맞는가 싶었지만 후반 27분 수비수가 놓친 공을 우즈베키스탄의 셰르조드베크 카리모프가 슛을 해 동점골을 허용했다. 카리모프는 2008년 아시아축구연맹 19세 이하 챔피언십 4강전에서 한국에 0-1 패배를 안긴 결승골의 주인공이다.

한국은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연장전에 들어갔다. 한국을 악몽에서 구한 선수는 간판 공격수 박주영(모나코)이었다. 연장 전반 3분 김영권(도쿄)이 페널티 지역 안으로 찔러준 패스를 골문 쪽으로 쇄도하던 박주영이 받아 수비수를 앞에 두고 터닝슛을 날려 결승골로 연결했다. 이번 대회 3호골. 승기를 잡은 한국은 9분 뒤 김보경(오이타)이 쐐기골을 터뜨려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여자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 북한과 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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