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주’ 라이언, 텍사스 살려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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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팀 부활 그의 어깨에 시구 맡은 날 WS 1승 기록

메이저리그가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기간에 가장 주목받은 인물이 있다. 창단 4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텍사스의 구단주 놀런 라이언(63)이다. 그는 올 시즌 초반까지 톰 힉스 전 구단주 아래서 사장을 지냈다. 텍사스는 2000년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와 2억5200만 달러, 이듬해 박찬호와 650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하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쌓여 시즌 중반 파산을 선언했다. 결국 라이언과 변호사 척 그린버그가 입찰을 통해 새로운 텍사스 구단주가 됐다.

라이언은 31일 알링턴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왕년의 멋진 투구 폼으로 시구를 했다. 다행히 텍사스는 이날 샌프란시스코를 4-2로 꺾고 2패 후 첫 승을 거뒀다.

라이언은 27년 동안 324승 292패, 평균자책 3.19를 기록한 전설적인 투수이다. 47세로 은퇴할 때까지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졌다. 메이저리그에 160km 이상의 빠른 볼을 구사하는 투수는 제법 있다. 그러나 라이언처럼 40대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빠른 볼을 구사한 투수는 아무도 없다. 그를 이견 없이 가장 위대한 투수로 꼽는 이유다. 그러나 라이언은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가 뛰었던 팀들은 한결같이 약체였다.

그가 세운 5714개의 탈삼진과 7차례의 노히트노런은 그 누구도 넘보기 힘든 대기록이다. 박찬호가 데뷔 초창기에 와인드업 동작 때 왼다리를 높이 올렸던 투구 폼은 라이언을 흉내 낸 것이다. 라이언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 가운데 최다 득표율(98.79%) 보유자이며 메이저리그 최초로 연봉 100만 달러(1980년)를 받은 선수이기도 하다.

라이언은 텍사스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다. 1993년 은퇴 후 마이너리그 구단주와 은행가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제는 성공한 경영인이다.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투수력 보강에 초점을 맞춘 게 열매를 맺어 텍사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구단주 라이언의 앞날은 썩 밝지 않다. 구단의 빚이 워낙 많은 데다 댈러스와 포트워스는 야구보다 풋볼(댈러스 카우보이스)이 주 종목이다. 텍사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절실한 이유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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