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세는 ‘성인’, 수아레스는 ‘죄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2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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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제라드 vs 아넬카-수아레스

네 선수 모두 자국을 대표하는 주전 선수지만 2010 남아공월드컵이 막을 내리면서 이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AFP는 12일 이번 남아공 대회에서 그라운드를 누빈 주요선수들을 성인(聖人)과 죄인(罪人) 그룹으로 나눠 소개했다.

'인민 루니' 정대세(북한)와 '캡틴' 스티븐 제라드(잉글랜드)는 성인 그룹에, '욕쟁이' 아넬카와 '신의 손' 수아레스는 죄인 그룹에 각각 속했다.

북한은 1966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올랐지만 폐쇄적인 공산국가라는 이유로 불편한 소문들이 무성했다. 16강 진출에 실패하면 대표팀 선수들이 잔인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흉흉한 얘기도 나돌았다.

하지만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 앞서 흘린 정대세의 눈물에서 전 세계 축구팬들은 인간의 얼굴을 한 북한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또 비록 1-2로 패했지만 정대세는 결정적인 골 도움과 저돌적인 문전 앞 움직임으로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제라드는 그야말로 '캡틴'다운 겸손함으로 축구팬들을 감동시켰다.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 당시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으로 분위기가 역전돼 1-4로 대패했지만 제라드는 "실력이 더 좋은 팀이 승리하는 것"이라며 "심판의 오심이 패배의 핑계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장 제라드의 이날 발언은 전 세계 축구인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아넬카는 조별리그 내내 부진한 경기를 거듭하다 선수와 감독이 서로 비난하는 최악의 내분에 빠진 프랑스 대표팀의 분열에 앞장섰다. 그는 레몽 도메네크 감독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가 팀에서 쫓겨났고, 선수들은 집단으로 훈련을 거부하며 맞섰다. 결국 귀국 후 청문회까지 열리는 등 월드컵 기간 내내 프랑스 대표팀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가나와의 8강 연장전에서 가나가 다 집어넣은 골을 손으로 쳐내 우루과이를 4강에 올려놓은 수아레스. '신의 손'으로 추앙받으며 우루과이의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축구팬들은 그에게 야유를 보냈다. 가나 공격수 기안의 페널티킥이 크로스바를 맞고 밖으로 나갔을 때 날뛰며 기뻐하던 수아레스의 경망스런 행동은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밖에 3-3-1-3이라는 특유의 포메이션으로 팀을 16강에 올려놓은 마르셀로 비엘사 칠레 감독과 득점왕(골든 부트)과 신인왕(베스트 영 플레이어)을 동시에 거머쥔 토마스 뮐러(독일)를 성인 그룹에 포함했다.

먼저 달려가 부딪혀 놓고 심판을 속여 카카에게 경고 카드를 주게 하였던 카데르 케이타(코트디부아르)와 경기 내내 과격한 몸싸움과 거친 태클로 동료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한 마크 반 봄멜(네덜란드)은 죄인 그룹에 속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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