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별만큼 빛난 은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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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1500m 여고생 듀오 이은별 銀, 박승희 銅
“역대 최약체” 평가에 오기의 레이스 ‘깜짝 메달’ 선물

21일 밴쿠버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박승희(18·광문고)는 경기 후 “사람들이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을 아무도 기대하지 않아서 부담도 적었고 내심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박승희의 말처럼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적었다. 하지만 최광복 여자 대표팀 코치는 지난달 미디어데이 때 “3일 훈련량을 하루에 소화할 만큼 혹독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코치가 예고한 반란은 21일 1500m 은, 동메달로 실현됐다. 이은별(19·연수여고)과 박승희.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둘이 이뤄 낸 값진 메달이었다. 둘의 선전은 올림픽 5연패를 노리는 3000m 계주를 앞두고 팀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이은별은 월드컵 랭킹 3위로 한국 대표팀 선수 중 가장 높다. 152cm, 46kg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작은 체격. 하지만 지독한 연습벌레로 어릴 때부터 각종 대회를 휩쓴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는 2008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1500m 2위와 종합 2위에 오르며 주목 받았다. 이듬해에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2위에 올랐다.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에이스라는 짐을 졌지만 그는 누구 못지않게 당차다. 밴쿠버로 가기 전 어머니 김경애 씨(52)에게 “마음을 비우고 즐겁게 놀다가 올게”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후에는 “중국의 저우양에게 너무 쉽게 금메달을 내준 게 아쉽다. 계주에서 중국이 강하지만 우리도 연습을 많이 해서 실력이 좋아졌다”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이은별보다 한 살 어린 대표팀 막내 박승희의 동메달은 예상 밖 수확이다. 그는 레이스 중반 한때 선두로 달렸지만 뒤따르던 캐서린 로이터(미국)가 그의 허벅지를 건드리며 리듬을 잃었다. 깜짝 금메달은 놓쳤지만 그는 “1500m가 약점 종목인데 동메달도 너무 잘한 것”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은별과 박승희는 예전 올림픽의 전이경, 진선유처럼 독보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둘은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차세대 에이스다.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성장한다면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여자쇼트트랙은 다시 세계 최강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

그 전에 놓칠 수 없는 것이 25일 열리는 3000m 계주 금메달이다. 이번 올림픽은 중국이 한 수 위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10대 에이스들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승희는 “계주와 개인 종목 훈련이 반반일 정도로 계주에 많은 신경을 썼다.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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