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섬싱스페셜 ] ‘조직의 힘’으로 왕멍 꺾어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2월 22일 07시 00분


코멘트

여자쇼트 계주 금에달의 조건

최대 승부처는 마지막 두바퀴
중국은 세계 1인자 왕멍 기용
한국은 변칙전술·팀워크 우세
힘만 믿는 중국 뒤통수를 쳐라


휴대폰을 통해 밴쿠버에서 들려오는 빙상연맹 이윤숙 이사(쇼트트랙 부문)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안타까움이 언뜻 묻어났다. 내부적으로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금메달에 가장 접근해 있다고 평가했던 1500m에서 중국의 저우양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은별이 은, 박승희가 동을 따내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부터 5연속대회 메달 획득에 빛났지만 난적 왕멍(중국)이 실격된 상황에서 맞은 결승전인지라 아쉬움은 자못 클 수밖에.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릴레함메르부터 19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금메달을 못 딴 적이 없다. 여자 쇼트트랙만 통산 금9·은3·동3개를 땄는데 여기서 여자 3000m 계주는 4회 연속 올림픽 금이었다. 그래서 밴쿠버에서 여자 3000m 계주우승은 한국의 보루이자 자존심으로서 간절할 수밖에 없다.

○왕멍, 왕멍, 왕멍….

냉정하게 긋자면 한국 여자계주의 금메달 수성은 비관 쪽으로 기운다. 객관적 전력에서 중국에 밀려서다. 가장 결정적 사유는 중국 쇼트트랙의 지존 왕멍의 존재다.

도저히 여자선수라 믿기 힘든 파워를 고려할 때, 한국 입장에서 개인기 대결은 절망적이다. 특히 최대 승부처인 마지막 두 바퀴를 왕멍이 맡을 것이 유력하기에 한국의 부담은 배가된다.

○비관 속에서 희망 찾기

결국 한국의 활로는 조직력으로 수렴된다. 이윤숙 이사는 “전술”이라고 요약했다. 쇼트트랙 계주 3000m는 4명의 주자가 교대로 달린다. 어느 순간에 터치를 하고, 터치를 얼마나 매끄럽게 하는지가 개인 실력 못잖게 중요한데 한국은 여기서 경쟁력을 갖는다.

올림픽 4회 연속 금메달에서 축적된 변칙 전략에서 한국 코치진은 아무래도 중국을 앞선다. 몸에서 안 되는 부분을 머리와 팀워크로 메우는 셈이다. 이를테면 줄곧 1바퀴 반을 돌고 다음 주자에게 터치하는데, 승부처에서 돌연 2바퀴 반을 논스톱으로 돌고 터치하는 식이다. 여기에 중국이 동요할 수 있다. 또 중국의 계주 전문선수가 밴쿠버올림픽을 앞두고 교체된 사실도 호재다. 중국의 조직력에 미세한 균열을 기대할 요소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중국도 세대교체 과도기여서 멤버간 실력차를 간과할 수 없다.

중국의 우세가 유력하지만 한국이 ‘여자가 금메달을 딴다면 계주 3000m'라고 집중하는 것도 그래서다. 여자 쇼트트랙 3000m계주 결승전은 25일 열린다. 여기서 금을 캐내야 27일 개최되는 여자 1000m 결승도 부담 없이 임할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