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5기… 마지막 반전이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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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간판’ 이규혁 500m 15위 쓴잔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내일 1000m 최후의 승부

한국 빙상의 간판 이규혁(32·서울시청)은 태릉선수촌의 터줏대감이자 한국 겨울올림픽의 산증인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빙상 신동 소리를 들었던 그는 13세 때 처음 태극 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올해 밴쿠버 대회까지 5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이규혁은 유독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답게 늘 메달 후보로 주목 받았으나 역대 최고 성적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거둔 4위였다.

4전 5기의 도전에 나섰던 이번 대회. 어느 때보다 메달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2009∼2010시즌 월드컵에서 그는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4차 대회 500m 2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땄고, 5차 대회에서는 1, 2차 레이스 모두 우승했다.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올림픽의 여신은 그를 외면했다. 이규석은 16일 열린 남자 500m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34초26)에 한참 뒤지는 기록(1차 35초145, 2차 35초34, 합계 70초48)으로 15위에 그쳤다.

메달에 대한 부담감이 가슴을 짓눌렀고 경기장 사정도 최악이었다. 1차 레이스에서 이규혁이 출전하기 전 정빙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1시간 넘게 경기가 지연돼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1000m 은메달리스트인 김윤만은 “경기 시간이 늦춰지면 선수들은 심리적 압박감이 커진다. 이규혁도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경기장은 안 그래도 빙질이 나쁘기로 악명 높은 곳이라 코너워크에 강점이 있는 이규혁에게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밴쿠버 올림픽은 그에겐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다. 그에겐 최후의 반전 카드가 남아 있다. 이규혁은 18일 오전 9시에 열리는 1000m 결선에 모태범과 함께 출전한다. 9회말 2사 후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 몰린 이규혁은 과연 마지막 타석에서 역전 홈런을 쳐낼 수 있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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