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탐구] 4년 긴 부상터널 이제 끝…150km 조라이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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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0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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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재기 선언 / 넥센 히어로즈 조용준

 
넥센 히어로즈 조용준(31·캐리커처)의 프로생활은 파란만장하다. 그는 데뷔후 4년 동안 115세이브를 따내며 한때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명성을 날렸다. 2002년 신인왕과 구원왕을 동시에 차지했고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최우수선수가 됐다. 그러나 2005년 가을 어깨수술을 하고 난 이후 4년 동안은 1세이브밖에 올리지 못했다. 재활에 실패했고 야구를 그만둘 뻔한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그는 4년만에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의 목표는 오직 하나. 넥센 히어로즈의 마무리투수가 돼 세이브를 하는 것이다.

○용준이가 달라졌어요!


조용준은 투수로는 크지않은 176cm의 키에서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졌다. ‘조라이더’라고 불릴 만큼 그의 슬라이더는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는 야구에 관한 천재적인 소질을 갖고 있었지만 노력을 하는 편은 아니었다. “저는 팀에서 제시하는 스케줄만 소화했어요. 남들처럼 개인훈련 해본 기억은 별로 없어요.”기본훈련만으로도 상대타자를 이기는데 충분했다. 최고의 위치에서 완전한 밑바닥으로 떨어진 요즘, 조용준은 과거의 조용준이 아니다. 스케줄 소화는 물론이고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 묵묵히 훈련을 하고 있다. 옛날처럼 훈련량이 많다며 불평도 하지 않는다. 조규제 코치는 “예전의 조용준에게서 볼 수 없던 모습”이라며 강한 집념이 보인다고 했다. 조용준의 마무리 복귀는 가능할까? 원당에서 땀 흘리고 있는 지금 조용준의 모습이라면 희망적이다.

○몸상태는 수술 이후 최고


조용준은 지난달 22일 어깨와 발가락 부상으로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조기 귀국했다. 하지만 몸상태는 2005년 수술 이후 최고다. 어깨통증도 없어졌고 공을 던지는데 어려움도 없다. 다음주부터는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던질 계획이다. 날씨만 좀더 따뜻해졌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항상 서둘다가 실패했어요. 이번에는 확실하게 준비할 겁니다.” 김시진 감독이 팔높이를 좀 더 올려야 슬라이더의 각도가 살아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물었다. “현대 시절보다 팔이 조금 아래로 내려온 건 사실이지만 의도적으로 올릴 생각은 없습니다.”지금 던지는 각도가 가장 편하고 얼마든지 공의 움직임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친구들과 팬들을 위해서


수술 이후 재활실패. 2007년은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았다. 야구를 포기하고 싶었다. 2006년 두차례나 재활에 실패하며 통증이 재발했다. ‘조용준이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주변에서 자신을 보는 시선도 싸늘했다. 전성기때 자신을 따르고 좋아했던 사람들이 연락을 끊었다. “프로가 이런 것이구나!”방황하는 그를 잡아준 것은 친구와 팬들이었다. 2008년 3월17일. 조용준의 30번째 생일이었다. “고향친구들이 저녁에 만나자고 해서 갔더니 내 생일파티를 준비했더라구요.”그날 친구들은 조용준에게 부탁했다. “용준아! 그리 많이 아프냐? 너는 역시 마운드에서 공을 던져야 해! 한번 다시 도전해 봐라.” 홈페이지에서 만난 팬들도 조용준에게 힘을 실어줬다. “조용준 투수의 마운드 복귀를 기원합니다.”“용준오빠! 힘내세요.”자신을 응원해주는 친구와 팬들이 아직 있다는 게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지난해 조용준은 친구와 팬들의 바람대로 다시 마운드에 섰다. 올해 그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세이브를 선물할 생각이다.

○나를 이겨야 한다


조용준의 목표는 항상 타자를 범타로 잡는 것이다. 그는 숫자로 나타나는 성적보다는 매순간 집중해서 타자를 이기는데 몰두했다. 자신에게 안타를 친 타자는 다음 타석에서 삼진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타자를 이기니까 성적과 돈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더라구요.” 그는 지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한다. 사소한 내기는 물론이고 웨이트를 할 때도 몸집이 큰 동료들보다 더 많은 무게를 들려고 했다. 뛸 때도 남이 앞에서 뛰는 게 싫어 항상 맨앞에서 뛰었다. 남을 이기는 것은 언제나 자신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을 이겨야 한다. 마운드에 올라갈 몸을 만들고 타자를 이길 구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을 이겨야 한다. 조용준은 지금 가장 힘든 상대를 만났다.

○재활은 조급함이 최대의 적이다


2005년 9월23일 미국에서 앤드류 박사에게 어깨수술을 받았다. 2006년 미국 스프링캠프에 참가했고 3월에는 2군경기에 등판도 했다. 조용준 6월복귀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2군등판은 오버페이스였다. 통증이 찾아왔고 다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5월에 또 한차례 통증. 2006년은 그렇게 아쉽게 끝났다. 2008년 여름, 구단과 계약이 되지 않은 조용준은 미국에서 재활캠프를 차렸다. 애틀랜타에서 뛰고 있는 친구 정성기와 정용국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았다. 한달만에 60M를 던질 수 있게 됐다. 어깨에 전혀 이상을 느낄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 석달 동안 80%의 몸을 만들었고 이때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다. “언론에서 몇월에 조용준 등판한다 하면 마음이 급해져요. 재활은 절대 서두르면 안되는데….”

○조라이더의 부활, 기대해 보라

지난해는 다시 마운드에 섰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두산을 상대로 1455일만에 세이브를 따냈지만 구위는 위력적이지 못했다. “스피드도 145km는 나와야하고 커브도 좀 더 다듬어야 합니다.” 아직도 조용준이 재기할 수 있을까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공백기간이 너무 길었고 지난해 이렇다할 구위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조용준은 올시즌 꼭 마무리투수 자리에 복귀하겠다는 집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부상이 없어야 하고 전성기의 구위를 되찾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조용준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도전’이다. 2010년 조용준은 야구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에 나섰고 팬들은 그 도전을 주목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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