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MLB IN&OUT]‘재활공장장’ 던컨, 찬호도 부활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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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7시 00분


80년대 데이브 스튜어트·마이크 무어 토드 스토틀마이어·앤디 베네스까지
한물간 에이스 부활 최고 재활용 코치 카디널스 박찬호 영입설에 관심 부각

감독과 코치가 선수 개인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실제로 선수와 이 주제를 놓고 대화를 했을 때 약간의 차이가 있고 시기상의 차별화가 있지만 최소 한 사람쯤은 그로 인해 기량 혹은 정신적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남녀가 만나 잘살고 못사는 것을 두고 동양 철학에서 궁합이라 한다. 선수와 코치의 관계도 이런 궁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뛰어난 이론적 무장과 주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가르치는 코치와 특정 선수와 ‘궁합’이 맞지 않으면 향상의 효과보다 오히려 비조화의 삐걱거림이 느껴진다. 반대로 서로의 생각이 일치하면 기량이 일취월장하면서 마치 다른 선수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급성장하는 선수도 있다. 가르치는 모든 선수를 성공의 길로 이끌 수는 없지만 높은 확률을 보인다면 이 코치는 명코치란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데이브 던컨 코치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현역 최고의 ‘재활용 코치’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들어 애틀랜타의 리오 마조니 코치, 얼마 전까지 메츠의 투수 코치였던 릭 피터슨 코치도 한때 최고의 투수 조련사란 명성을 얻으며 한껏 주가를 높였지만 공교롭게 이 두 명 모두 지나치게 자신의 주관과 고집을 꺾지 않아 지금은 빅리그에서 모습을 볼 수 없다.

반면 던컨 코치는 명감독 토니 라루사 감독과 80년대 초반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며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어떤 코치는 아직 어린 선수를 키워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면 던컨 코치는 어느 정도의 커리어는 있으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의 보직을 과감히 변경시켜 성공의 길로 이끈다. 때론 슬럼프에 빠진 베테랑 선수의 재가공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그럼 과연 어떤 선수를 어떻게 만들어내 오늘날의 명성을 쌓게 됐는지 살펴보자.

지금은 투수 코치로 이름을 날리지만 특이하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11년간 포수와 백업 내야수로 뛰었다. 그런 경력이 투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으로 연결됐다는 평가도 있다.

그의 이런 독특한 시각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 오클랜드 코치를 맡으면서부터다. 마약 등에 연루되며 재능 발휘가 미미했던 데이브 스튜어트를 일약 20승 투수로 만들며 팀의 확고부동한 에이스로 만들었고, 1라운드 지명 투수로 2%% 부족하던 마이크 무어를 영입해 안정적인 15승급 투수로 변모시켰다. 특히 선발투수로서 커리어가 바닥을 치기 일보직전이었던 데니스 에커슬리를 라루사 감독과 상의해 마무리 투수로 전환시켜 일약 리그 최고의 소방수로 만들었다.

라루사 감독과 함께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한 뒤에는 토드 스토틀마이어와 앤디 베네스를 힘에 의존하는 투수에서 경기를 이해하는 투수로 탈바꿈시켰고, 1999년에는 별 볼일 없는 투수 켄 보튼필드를 단숨에 18승 투수로 키워내기도 했다. 또한 콜로라도에서 완전히 망가진 투수로 전락한 비운의 투수 대릴 카일을 20승 투수로 만들어 최고의 시즌을 누리게 했으며, 한물간 노장 투수 취급을 받던 우디 윌리엄스는 3년간 카디널스에서 선발 한축을 훌륭히 맡아주었다. 그 밖에도 애틀랜타가 포기한 제이슨 마키, 그저 그런 투수로 평가받던 제프 수판, 부상으로 앞날이 불투명했던 크리스 카펜터, 수명이 끝난 선수로 평가 받던 조엘 피네이로의 변신을 이끌어냈다. 선발에서 마무리로, 그리고 다시 마무리에서 선발로 훌륭히 변신한 애덤 웨인라이트까지 던컨 코치의 이력은 화려하기만 하다.

그의 이런 지도력이 놀라운 것은 몇 해만 반짝한 게 아니라 20년 이상 꾸준히 자신만의 노하우로 선수 변신의 귀재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선수 못지않게 지도자의 이적이 잦은 요즘 메이저리그 세태에서 라루사 감독과 선수 시절부터 맺은 인연을 40년간 이어오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심지어 최근 카디널스와 계약한 브래드 페니는 “던컨 코치를 통해 재탄생을 원했기 때문”이란 말까지 할 정도다.

박찬호도 심심찮게 카디널스 영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던컨의 마법의 손으로 또 다른 박찬호가 탄생하는 모습을 볼지도 모르겠다. 늘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한결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갈수록 보기 어렵다. 이제 65세가 되는 던컨 코치의 마법을 더 오랫 동안 보고 싶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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