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광주팀 KIA는 두산을 원한다?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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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나. KIA의 전신 해태는 한국시리즈를 9차례나 제패했다. 그런 해태가 홈인 광주에서 축포를 터뜨린 것은 몇 번이나 될까. 답은 한 번(1987년)이다. 대전(1991년)에서 한 번, 나머지 7번은 잠실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상대가 서울 팀이라서? 그건 아니다. 1983년(MBC), 1997년(LG)만 서울 팀이었다. 나머지 5번은 다른 지방 팀과 5차전부터 잠실에서 경기를 한 결과다.

문제 둘. 삼성은 2001년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두산과 만났다. 대구에는 몇 경기가 배정됐을까. 답은 고작 2경기다. 반면 3∼7차전 장소는 하위 팀의 홈구장인 잠실로 정해졌다.

미국과 일본은 홈팀에게 확실하게 어드밴티지를 준다. 월드시리즈는 올스타전에서 승리한 리그 팀이 1, 2, 6, 7차전을 안방에서 연다. 양 리그가 돌아가며 홈팀이 되는 일본시리즈도 홈팀이 1, 2, 6, 7차전을 가져간다. AA-BBB-AA식이다.

반면 한국은 지방 팀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경우 상대가 서울 팀(잠실구장을 사용하는 두산, LG)이라야 1, 2, 6, 7차전을 홈에서 할 수 있다. 그나마 2001년 시즌이 끝난 뒤 삼성의 항의가 받아들여진 결과다. 지방 팀끼리 붙으면 여전히 5∼7차전은 잠실에서 열린다. AA-BB-CCC식이다. 2005년부터 3만 석 안팎의 구장을 가진 지방 팀끼리 만나면 잠실을 피할 수 있지만 이는 SK와 롯데가 대결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5차전 이후 잠실’ 조항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지방 팬을 무시한 서울 중심의 행정’이 한쪽이라면 ‘더 좋은 시설과 더 많은 수익’이 다른 한쪽이다.

올해도 상대에 따라 KIA가 광주에서 몇 경기를 할지 정해진다. 상대가 두산이면 AA-BBB-AA, SK면 AA-BB-CCC이다. KIA 팬으로선 광주에서 4경기를 할 수 있는 두산이 더 반가울 법하다. 사족 하나. 광주구장(1만3872석 규모)이 3만 석을 갖췄다면 어땠을까. SK나 두산 누구를 만나도 1, 2, 6, 7차전을 광주에서 치를 수 있었을 것이다. 박광태 광주시장이 약속대로 이달 중 새 구장 건설을 발표할지 기다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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