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서울 용산구에서 프린터 부품을 팔고 있는 이광 씨(46)는 2019년경 사업을 확장하려 은행에서 사업자 대출 3억 원을 연 3%대에 받았다. 2년 뒤에는 추가로 연 2%대에 1억 원을 빌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업이 안 좋아지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이 씨는 “갚을 돈이 아직 3억 원 넘게 남았다. 다섯 달 넘게 연체 중인데 폐업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주요 금융그룹이 회수를 포기한 대출이 3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과거 저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자영업자, 중소기업은 금리가 오르면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일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이 공개한 팩트북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추정 손실은 2조9963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3월 말(2조8325억 원)에 비해 1638억 원(5.8%) 증가했다. KB금융(6346억 원→8072억 원), 하나금융(3860억 원→5030억 원), 우리금융(7350억 원→8260억 원)에서 추정 손실이 늘었다. 신한금융(1조769억 원→8601억 원)은 상각을 통해 추정 손실을 줄였다.
금융그룹이 보유한 대출은 회수 가능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 의문, 추정 손실로 구분된다. 가령 대출을 받은 사람이 최종 부도, 청산·파산 또는 폐업 등으로 상환 능력이 크게 악화될 때 해당 대출은 회수 가능성이 가장 낮은 추정 손실로 분류된다.
과거 저금리 시기에 빚을 냈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연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 1분기 말 가계 연체율은 0.32%, 중소기업은 0.57%로 올랐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문갑 전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장기 전망이 좋지 않은 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는 단순한 자금 지원보다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사업 전환 같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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