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방크 선수겸 코치 오성옥 “오스트리아에 우생순 꿈 심어요”

  • 입력 2009년 6월 25일 08시 50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2008년 여름. 태릉에서 만난 오성옥(37·오스트리아 히포방크)은 인터뷰 도중 갑자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아직 올림픽에 나간 것도 아닌데, 훈련한 생각만하면 괜히 눈물이 난다”고 했다. 한 달 뒤, 오성옥은 동메달을 목에 걸고, 온 국민과 함께 또 한번 목 놓아 울었다.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 1996 애틀란타올림픽 은메달, 2004아테네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네 번째 올림픽 메달이었다. 이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그녀는 다시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그리고 8개월. 소속팀을 리그3위로 이끈 그녀가 6주간의 휴가를 받아 한국을 찾았다.

○내 꿈은 (임)오경언니와의 라이벌전

22일, 2009다이소핸드볼슈퍼리그코리아 2차대회가 열린 청주. 서울시청 임오경(38) 감독과 오성옥이 만났다. 주니어대표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은 두 사람의 인연은 벌써 22년째. 일본에서도 한 팀에서 뛰어 친자매만큼이나 가깝다. 오성옥은 7월부터 히포방크에서 플레잉코치로 뛴다. 그녀의 최종목표는 감독으로서 한국에 돌아오는 것. “저에게 기회가 생기려면 일단 (임)오경언니가 잘 해야 되겠죠? 언니랑 지도자 라이벌전도 해보고 싶어요.” 이미 오성옥은 코트 안에서 지도자수업을 받고 있다. 히포방크 브로크 구나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오성옥에게 “지금 우리 팀의 문제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감독의 두터운 신임 때문에 동료들의 질투를 살 정도다.

○엄마 사인 덕에 친구들이랑 친해졌대요

“(김)온아(21·벽산건설)처럼 능력 있는 후배들을 보면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어요.” “한국에 안주하지 말고, 후배들이 꿈을 크게 가졌으면 좋겠어요. 유럽에서는 여자선수들도 연봉 3억을 받는 경우가 있거든요.” 오성옥 역시 억대 연봉자. 부와 인기를 모두 얻었다. 오스트리아에서 함께 생활하는 아들 김승구(12)군은 학교에 갈 때면 어머니의 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꼭 챙긴다. ‘스타’ 어머니를 둔 덕에 외국인 친구들과도 더 가까워졌다. 그녀는 “이 나이 먹도록 핸드볼에 미쳐서 운전면허도 못 땄다”면서 “최근 운전 배우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고 했다. 한 많은 아줌마 핸드볼의 대명사. 하지만 “필기는 한 번에 붙었다”며 미소짓는 얼굴에는 코트에서의 억척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청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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