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선급에서는 정석을 잊어라

  • 입력 2009년 6월 19일 15시 15분


경륜고객들 사이에서 ‘특선급이 우수급이나 선발급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부쩍 잦아졌다. 그만큼 최근 특선급 경기는 추리하기가 쉽지 않다. 고객들이 특선급을 어려워하는 가장 큰 원인은 시드배정을 받은 강자들이 깜짝 라인을 자주 선보이기 때문이다.

경기를 추리하는 기본은 출전 선수들이 그동안 보여준 경주 내용이 바탕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경주 내용을 바탕으로 ‘축 선수의 후미를 누가 마크할 것이냐’와 ‘축 선수가 앞에서 경기를 주도하는 선수를 지켜줄 것이냐’ 등을 생각하며 후착을 찾아나간다.

특히 강자들의 기량이 월등한 특선급에서는 일요일 경주를 빼고는 대부분의 팬들이 이런 방식으로 추리를 해나간다.

하지만 최근 경주를 보면 강자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선수를 뒤에 붙이거나,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던 선수를 크게 넘어서면서 후착 이변이 자주 나온다.

지난주 경기만 살펴봐도 쉬게 알 수 있다.

6월 12일 특선 14경주에서 축으로 나섰던 노태경이 평소 친분을 과시하며 동반입상을 시도했던 이성광, 조성래 대신 현병철을 뒤에 붙이며 동반입상에 성공했다. 과거 경기를 생각하고 조성래를 구입한 고객들은 허탈해 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이번에는 조성래를 뒤에 붙였다.

토요일 14경주에서는 금요경주 때 김현경과 완벽한 팀플레이로 동반입상에 성공했던 공민규에게 관심이 모아졌지만, 김현경이 전날과는 다르게 김우현을 뒤에 붙이면서 후착 이변을 낳고 말았다.

6월 5일 금요일 12경주에 출전한 박병하도 라인 형성이 기대됐던 박진우와 기량적으로 우세한 주광일 대신 복병 김석호와 깜짝 라인을 형성했다.

5월 30일 14경주에서는 홍석한이 그동안 동반입상 경험이 많았던 고병수나 최용진이 후미에 있었음에도 앞 선에서 경기를 주도하던 박성근을 살짝 추입하며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5월 23일 경주에서는 최순영이 하남라인으로 평가되던 이유진 대신 양희진을 뒤에 붙임으로써 점 배당이 깨지고 말았다.

이렇듯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경주가 자주 펼쳐지다보니 팬들 입장에서는 특선급이 어렵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출전 선수들의 기량차가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강화된 실격 요건 때문에 그날의 상황에 따라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는 게 관련 선수들의 입장이다.

과거에는 강자들 페이스대로 경기가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모든 선수들이 ‘나도 한 번 해보자’는 자세로 덤비기 때문에 강자들로서도 무리하게 연대세력을 챙기다가는 본인이 고전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수들의 깜짝 라인을 탓할 수도 없다.

결국 고객들로서는 정석 추리를 떠나 최근의 흐름 변화에 맞춰 추리의 폭을 넓혀 나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이제는 과거 경주 내용만을 바탕으로는 추리를 하기가 어렵다.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해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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