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은 코칭스태프에게 “수고했다”고 격려를 했지만 불편한 다리는 힘이 빠져 흐느적거렸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물론 우리 국민들 모두 허탈했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기에 아름다운 패배였고,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투혼이었습니다.
일본과의 WBC 결승전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힘을 다시 한번 보았습니다.
태극전사들은 지는 것이 죽는 것보다 싫다는 듯 악착같은 승부근성을 발휘했고, 9회말 2사후에 이범호의 적시타로 기어코 동점을 만들어냈을 때 대한민국은 모두 하나가 돼 만세를 불렀습니다.
한국야구가 WBC 결승까지 진출할지 누가 알았습니까. 박찬호가 빠지고, 이승엽이 불참했습니다. 김동주는 안 오고, 박진만은 아파서 나갔습니다. 자칫 대만에도 패해 8강에도 못 갈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박경완은 결승전을 앞두고 그러더군요. “1라운드 끝나고 집에 갈 줄 알았는데 2라운드에 진출했고, 2라운드 끝나고 갈 줄 알았는데 준결승까지 올랐고. 우리 선수들이 우리의 힘에 모두 놀라고 있다”고.
그런데 결승까지 올랐습니다. 돌이켜보면 믿기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한국은 베스트멤버가 아니었지만 일본은 동원 가능한 메이저리거까지 불러 모아 사상 최강팀을 꾸렸습니다. 그러한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벌였습니다. 선배들이 앞에서 끌고, 후배들은 뒤에서 밀었습니다.
마지막에 실수를 했다고 우리 선수들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실책을 한 고영민도, 실투를 한 임창용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도 모두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입니다.
그들도 이기고 싶었고, 그래서 그라운드에 혼을 던졌습니다.
태극기만 바라보면 가슴이 뛰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눈물이 나는 대한민국 청년들입니다.
2월 15일 하와이 전지훈련을 떠날 때부터 3월 24일 결승전을 치를 때까지 그들은 가족들과 생이별을 한 채 하나의 목표 아래 이역만리에서 사투를 벌였습니다.
태극전사들이 써내려온 38일간의 전설. 비록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그들의 ‘위대한 도전’은 우리 국민들에게 행복과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올 때 모두 뜨거운 박수를 쳐줬으면 좋겠습니다.
LA|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