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 日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는 누구?

  • 입력 2009년 3월 23일 15시 54분


다시 만났다. 이번 대회에서만 5번째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이 아닌 ‘한-일 슈퍼시리즈’로 대회 명칭을 바꿔야 될 듯하다.

누리꾼들도 “미운정이 들어서인지 이젠 일본이 정겹게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그래도 끝장을 봐야 한다. 이번에 승리하는 팀이 진정한 승자다. 마지막 대결에서 무너진다면 지금까지 느꼈던 희열은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

반대로 승리를 거두면 ‘월드챔피언’이라는 타이틀과 100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얻는다. 국민들은 2002한일월드컵 4강과 맞먹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출전하는 WBC에서의 우승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업적이다. 우승을 차지한다면 야구가 우리땅에 들어온 이래 가장 기분 좋은 날이 될 것이다.

또 일본에 대회전적에서 3승2패로 우위를 점해 아시아최강의 자리를 뺏어 올 수 있다. 2006 WBC, 2008 베이징올림픽, 2009 WBC까지 3개 메이저대회에서 일본에 7승 3패를 기록하게 된다.

한국이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를 공략해야 된다. 이와쿠마는 아시아라운드 순위결정전에서 만났던 투수. 패전투수가 됐지만 우리 타자들을 괴롭혔다. 5.1이닝 2안타 1실점 5K.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지난 경기처럼 이와쿠마의 까다로운 피칭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와쿠마는 이번 대회에서 마쓰자카와 원투펀치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이 벼랑 끝으로 몰렸던 본선라운드 쿠바전에서도 6이닝을 5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번 WBC에서는 3경기(선발 2경기)에 등판해 12.1이닝을 투구, 평균자책점 0.73을 기록중이다. 탈삼진은 9개.

이와쿠마는 지난해 퍼시픽리그 사와무라상을 수상했던 특급이다. 라쿠덴 이글스 소속인 이와쿠마는 28경기에 등판해 21승(1위) 4패 평균자책점 1.87(1위)을 기록했다.

이와쿠마는 1999년 드래프트에서 긴데스 버팔로스에 입단했다. 이와쿠마는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더니 2003, 2004시즌 연속 15승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그렇지만 이와쿠마에게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왔다. 소속팀 긴데쓰가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팀을 바꾸게 된 것. 드래프트에 의해 오릭스에 지명된 이와쿠마는 지명을 거부하고, 신생팀 라쿠덴 입단을 선택했다.

시련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퍼시픽리그가 이중키킹동작을 제한하면서 투구폼을 뜯어고치는 대공사에 들어갔다. 이와쿠마에게 있어 이중키킥은 피칭의 절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었다.

투구폼을 변경하면서 성적은 자연스럽게 추락했고 2006년 1승, 2007년 5승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와쿠마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새로운 투구폼에 적응하면서 특급투수로 우뚝 선 것. 이와쿠마는 순식간에 일본을 대표하는 슈퍼에이스가 됐다.

지난해 홈런을 3개밖에 허용하지 않은 이와쿠마는 땅볼을 많이 유도한다. 직구처럼 날아오다 가라앉는 고속포크볼이 주무기. 직구와 궤적이 비슷하게 오는데다 볼의 무브먼트가 좋아 타자들이 배트중심에 맞추기 쉽지 않다. 게다가 190cm의 장신이면서 오버핸드로 공을 던지기 때문에 직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느낌이다. 직구 평균구속도 140대 후반까지 기록될 정도로 스피드가 뛰어나고, 좌우 코너를 찌르는 제구력도 일품이다.

이와쿠마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기동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용규, 정근우 등 발 빠른 선수들이 출루한다면 이와쿠마의 투구밸런스와 볼배합을 흔들 수 있다.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되는 경기이기 때문에 기동력을 활용해 착실하게 점수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베네수엘라전 영웅 추신수의 홈런포도 필요하다. 이와쿠마의 구질이 전체적으로 가라 앉는 성향이어서 걷어 올리는 어퍼스윙을 하는 추신수에게 유리하다.

한국이 사상 첫 WBC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와쿠마를 5회 이전에 끌어내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관련기사]봉중근-이와쿠마, 우승컵 놓고 ‘마지막 승부’

[관련기사]김태균-아오키, MVP 놓고 결승전서 격돌

[관련기사]‘위대한 도전’의 마지막 상대는 일본…5번째 한일전 확정

[관련기사]‘사기충천’ 한국, 결승 상대 일본에 ‘해볼만 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