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의 ‘분업농구’ 모비스 기적 이뤘다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이 기쁨! 이 감격! 모비스의 캐나다 교포 출신 가드 김효범이 21일 KTF를 93-89로 꺾고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들과 트로피를 맞잡은 채 기뻐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이 기쁨! 이 감격! 모비스의 캐나다 교포 출신 가드 김효범이 21일 KTF를 93-89로 꺾고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들과 트로피를 맞잡은 채 기뻐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모비스 임근배 코치는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으로 ‘미러클 제너레이션(기적의 세대)’을 쓰고 있다. 이 곡에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올 시즌 모비스가 그랬다. 22일 끝난 정규시즌에서 모비스는 당초 약체라던 예상을 깨고 막판 뒤집기로 동부를 따돌리고 우승컵을 안았다.

모비스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사상 첫 결승에 오른 야구 대표팀처럼 ‘저비용 고효율’의 대명사다. 샐러리캡 소진율이 66.6%로 가장 낮고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연봉 3억 원을 넘는 선수가 없다. 억대 연봉자 5명의 연봉을 합쳐도 7억90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래도 모비스는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고르게 키웠다. 유재학 감독의 철저한 분업 농구와 상대 팀에 대한 세밀한 분석에 따른 전술로 전력을 높였다.

모비스는 기회의 땅이다. 캐나다 교포 출신으로 국내 무대 적응에 애를 먹던 김효범은 간판 슈터로 변신했다. LG에서 방출되다시피 떠난 김현중과 삼성에서 임대된 우승연은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농구에 눈을 떴다. 신인 드래프트 10순위 출신 함지훈과 천대현, 11순위 박구영은 다른 팀 간판스타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땀 흘린 선수에게는 반드시 보상해 준다. 누구나 주전이 될 수 있다”는 유 감독의 용병술 속에서 무명 선수들은 코트에 설 때마다 위력을 발휘했다.

20일 생일을 미국에 있던 가족과 10년 만에 함께 보낸 유 감독은 다음 날 우승 헹가래를 받은 뒤 “이 자리에 설 줄은 몰랐다. 고생한 선수들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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