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앙금 씻을 ‘화합의 리더십’ 기대

  • 입력 2009년 1월 23일 02시 58분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신임 회장(왼쪽)이 22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대의원 총회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정몽준 전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신임 회장(왼쪽)이 22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대의원 총회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정몽준 전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중연 씨 새 축구협회장 당선

선거는 앙금을 남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승자의 포용이 절실하다.

정몽준 회장에 이어 22일 대한축구협회 제51대 수장에 오른 조중연 신임 회장의 첫 과제도 반대 세력 포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997년 이후 12년 만에 벌인 경선 때문에 축구계가 둘로 나뉘어 골이 깊게 파였다. 여차하면 다음 경선까지의 4년이 ‘반목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 골을 메우기 위해선 승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대의원 총회 투표 결과도 조 회장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28표 중 18표를 얻고 10표를 잃었다. 여권 성향이 강한 중앙 대의원(5명)을 제외하면 23명(산하 연맹 7명, 시도 협회 16명)의 대의원 표 중에서 10표가 허승표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 쪽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이런 결과를 의식한 듯 조 회장은 “축구계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 인적 통합은 물론 정신적인 통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축구협회 사무총장을 공채로 뽑겠다. 반대쪽 인물이더라도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바람직한 행보다. 조 회장의 뜻이 이뤄지기 위해선 측근 인사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벌써 협회 밖에서는 “공석인 전무이사 후보로 2명이 거론되고 있다. 조 회장의 심복이라는 평이 있는 인물들이어서 자칫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속칭 ‘축구 야당’이 “이번엔 바꿔야 한다”며 내세운 주장이 “일부 인사들이 협회를 장악해 한국 축구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질 겨를이 없다. 그보다는 ‘누구의 측근’으로 오해받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축구인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해야 한다.

허승표 이사장의 행보도 중요하다. 겸허히 패배를 인정하고 축구인들의 단결을 위해 뛰어야 축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그 공로에 대한 공감이 확산돼야 차기를 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종구 기자 yjonk@donga.com

■ 막내린 16년 정몽준체제

16년간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 22일 마지막 대의원 총회를 마치고 자리를 뜨는 그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정 전 회장은 “16년을 협회와 함께했는데 어찌 눈물이 안 나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처음 축구협회장이 된 1993년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 그해 카타르 도하에서 1994년 미국 월드컵 예선이 열렸다. 당시 한국은 ‘도하의 기적’을 일으키며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일본이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라크에 종료 직전 동점 골을 허용하면서 골 득실에서 앞선 한국이 극적으로 본선에 오른 것.

정 전 회장은 “그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면 협회장을 사퇴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8강에서 파라과이에 진 것이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라고 했다.

정 전 회장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명예회장에 추대됐다. 일본의 단독 개최가 유력하던 2002년 월드컵을 한일 공동 주최로 바꾸고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는 등 한국 축구의 르네상스를 연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10개 축구 경기장을 지었고 경기 파주시에 대표팀 전용 트레이닝센터(NFC)를 세웠다. 월드컵 잉여금으로 충남 천안과 전남 목포, 경남 창원에 축구센터도 만들었다. 인프라에서만큼은 ‘축구 후진국’에서 벗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 전회장은 “회장 직에선 물러났지만 축구장에는 매일 갈 것이고 쓴소리도 할 것”이라며 축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출마와 관련해 “2011년까지 부회장 임기가 남아 있는 만큼 세계 축구 발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장 도전에 대해서는 “축구에 봉사했기 때문에 더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