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존슨의 ‘300승과 5000탈삼진’

  • 입력 2009년 1월 12일 17시 12분


2008년 12월 ‘마운드의 지휘자’로 불리던 그렉 매덕스가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라는 말을 남기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마운드를 떠남에 따라 현역 투수들 가운데 ‘전설’로 기억될만한 투수들로는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탐 글래빈 정도가 남게 됐다.

랜디 존슨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게 만드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기를 지배했던 메이저리그 마운드의 영웅이다. 팬들의 무한한 사랑과 존경을 받아왔던 대투수가 이젠 우리 곁을 떠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1963년생으로 46살을 맞은 존슨은 “2009시즌이 끝나면 은퇴하겠다”며 마지막 시즌이 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수년전부터 은퇴설이 나돌았던 존슨이 고령의 나이에도 은퇴 대신 현역 생활 연장을 결심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300승과 5000탈삼진’ .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 속에서 300승과 5000탈삼진을 동시에 기록한 투수는 ‘역사상 가장 화려한 투수’로 선정됐던 놀란 라이언뿐이다.

2009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새 둥지를 튼 존슨은 300승에 단 5승, 5000탈삼진에는 211개가 모자라다. 부상에 시달리지 않는다면 300승은 전반기 내에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지만, 5000 탈삼진 달성여부는 불투명하다.

5000탈삼진 달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의 팬이나 전문가들은 “이미 존슨은 주무기인 100마일에 달하는 패스트볼을 잃어버렸고, 30경기 이상 출전한 2006시즌과 2008시즌에도 200개에 못 미치는 탈삼진을 기록했기 때문에 200개가 넘는 삼진을 솎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대로 존슨의 5000탈삼진 달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의 팬이나 전문가들도 있다. 그들은 “지난 3년간 존슨이 200탈삼진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부상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현역 마지막 시즌에 기록 달성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던진다면 지금껏 보여준 존슨의 능력으로 볼 때 200탈삼진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또한 패스트볼의 위력은 감소했지만, 슬라이더가 여전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환경적인 요건은 나쁘지 않다. 2009시즌 홈구장으로 이용하게 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AT&T 파크는 존슨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것이다. 타자 친화적 구장이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체이스 필드와 달리 투수들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또 자이언츠가 속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존슨이 오랫동안 활약한 곳이어서 상대 타자들에 대한 장단점도 잘 파악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존슨의 최대 강점은 ‘100마일’ 에 이르는 광속구와 칼날처럼 예리하게 휘어져 들어가는 슬라이더다.

어린 시절의 존슨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랜디 존슨과는 조금 달랐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구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컨트롤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볼넷을 내준 후 적시타를 얻어맞아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구위를 믿기 시작한 존슨은 과감한 정면승부를 펼치기 시작했다. 위력적인 구위를 갖지 못한 투수가 무리한 정면 승부를 펼칠 경우 통타 당하기 쉬웠겠지만, 존슨의 경우는 달랐다. 세계 최고의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존슨의 구위를 공략해내지 못한 것.

1995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본인의 첫 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하면서 주가가 오른 존슨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이적한 첫 해인 1999년 내셔널리그에서 본인의 두 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이후 세 번 연속으로 사이영 상을 본인의 경력에 추가하면서 그렉 매덕스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4년 연속 사이영 상’을 수상한 투수가 됐다.

운동선수로는 환갑, 진갑 다 지났다는 46세의 나이에 현역 생활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랜디 존슨. 위대한 존슨의 ‘300승 5000탈삼진’이란 대기록 달성 여부는 2009시즌이 끝나는 10월이 되면 알 수 있다.

조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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