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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4일 0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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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관계자는 23일 “(선수 실력차가) 거기서 거기여서 보호선수 18명을 추려내기 힘들었다. 정찬헌 이범준 이형종 등 신인급 투수는 줄 수 없었다. 우리끼리 검토했을 때 ‘SK가 이승호를 찍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대로 됐다”라고 언급했다. 오히려 LG는 내야 자원 유출을 내심 염려했지만 좌투수를 유독 선호하는 김 감독의 성향대로 이승호가 뽑혔다고 안도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LG가 내민 ‘이승호 미끼’를 덥석 문 데엔 SK 나름의 사정과 속셈이 작용했다. 첫째로 이승호는 LG 감독 시절(2002년) 김 감독의 ‘작품’이란 중평이다. 이듬해 이승호는 11승(11패)을 거뒀고, 191.2이닝을 던져 157탈삼진(전체 1위)을 기록했다. 그때의 장점과 가능성을 잊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가득염은 노장이고, 정우람은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좌완불펜 수혈 차원에서 이승호는 요긴한 카드다. 이승호는 23일 바로 일본 고지캠프로 이동, 24일부터 김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투구를 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보고나서 선발, 불펜 중 보직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부활한 동명이인 좌완 이승호(27)와 둘 중 한명은 선발 전환이 유력하다.
이승호는 어깨 수술과 재활 여파로 2005년 이후 변변한 성적이 없었고, 직구 스피드와 포크볼의 각이 무뎌졌다는 평이다. 또 배짱이 약해 기복이 심하단 지적도 있다. LG가 전략적으로 유도한 이승호 카드를 김 감독은 냉큼 집었다. 서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겠지만 어디가 바보였는지는 2009시즌이 말해줄 듯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