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스포츠] 기로에 선 아시아시리즈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9시 09분


13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시리즈의 참가팀이 모두 결정됐다. SK의 와신상담이 기대되는 이번 ‘아시아시리즈 2008’. 많은 국내야구팬들은 SK와 세이부의 진검승부를 기대하고 있지만, 몇 가지 야구 외적인 점에서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아시아시리즈의 정체성이다. 이 대회가 열리는 명확한 목적이 불분명하다. 진정한 아시아챔피언 구단을 결정하는 것인지, 야구의 국제화를 위한 아시아 각국 프로야구단의 교류협력 차원인지 명확하지 않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의 게임사인 ‘코나미사’가 매년 3억 엔을 후원하고, 요미우리 신문사가 주최를 했지만 이 대회의 성격이 조금은 애매모호한데다, 광고효과의 한계로 인해 올해는 후원사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미우리 신문사도 더 이상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할 수 없이 올해부터는 NPB가 전면에 나서 대회를 주최하고 한국, 대만, 중국의 프로야구 기구가 협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성격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대회의 지속여부가 불투명하다. 또한 지난해까지는 한국 일본 대만은 시리즈 우승팀이 참가하고, 중국은 국가대표팀이 참가했지만 올해부터는 중국도 프로야구 우승팀이 참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수준도 우려되고 있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요미우리가 아시아시리즈에 올라오기를 고대한 이유는 요미우리에 이승엽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흥행 때문이기도 하다. 2005년 1회 대회부터 장소는 변함없이 도쿄돔이다. 즉 요미우리의 홈 경기장에서 대회가 열린다. 요미우리가 참가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세이부가 참가하는 이상 흥행에는 엄청난 악재임이 틀림없다. 일본시리즈에서 통한의 패배를 당한 것도 모자라 안방까지 내주어야 하니 ‘환장’할 노릇일 게다.

요미우리가 매년 참가할 수도 없고, 흥행에도 문제가 있다면 이 대회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현재의 아시아시리즈를 ‘아시아챔피언십시리즈’로 격상하는 것이다. 이 대회가 권위를 갖고 스스로 자생하기 위해서는 미안하긴 하지만 대만과 중국을 배제하고 한·일 최고의 구단끼리 진검승부를 겨루는 것이다. 이 방법만이 일본시리즈 우승 팀 일부선수들의 ‘참가기피’를 막고 ‘친선’의 성격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프로야구도 하나의 산업이다. 적자를 보면서 대회를 유지할 수는 없으며, 유인동기 없이 선수들에게 희생만 강조할 수도 없다. 따라서 제대로 대회가 성립하려면 대회를 KBO와 NPB가 공동주최하고, 장소도 도쿄돔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시리즈 우승팀 홈구장에서 5전 3선승제의 ‘챔피언십시리즈’를 거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충분히 흥행가치가 있기 때문에 후원사 확보도 쉬워지고 이 대회만의 중계권료도 합당하게 받을 수 있다. 메인스폰서료, 입장료, 중계권료를 제대로 받으면 자연스럽게 선수들에게 돌아갈 이익도 커지고,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우리입장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주장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SK가 우승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일본 입장에서도 ‘판’이 커진다는데 ‘한번 해봐?’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아시아시리즈 2008’은 과거 한·일 슈퍼게임처럼 후원사가 없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느냐, 아니면 발전적으로 승화하느냐의 기로이자 전환점이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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