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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0일 0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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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축구팬들의 과도한 음주에 대해 포르투갈의 신문 <24시>는 포르투갈과 잉글랜드의 유럽축구선수권 8강전에 앞서 그들은 시간을 정해놓고 술을 마신다고 비꼬기도 했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가 모두 본선에 진출한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스코틀랜드가 소련과 그룹 6조에서 맞붙은 경기장에는 ‘공산주의 vs 알콜주의’의 대결이라는 배너가 나붙기도 했었다.
이러한 과도한 음주문화와 얽힌 영국 축구계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플리머스의 전 골키퍼 루크 맥코믹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전도가 양양했던 25세의 이 골키퍼는 음주운전 때문에 충돌사고를 내고 7년 4개월이라는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로써 플리머스에서만 138회의 출장기록을 갖고 있던 잉글랜드 유스 대표출신인 맥코믹은 사실상 선수생명에 종지부를 찍었다. 자신의 팀 동료 결혼식에서 술을 마신 후 애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혼녀에게 가던 중이었다며 선처를 호소한 그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목격자들이 ‘바보 같은 드라이빙’이었다고 묘사한 그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차량에 타고 있던 10세 아론, 8세 벤은 목숨을 잃어야했고, 아버지 필립은 중상을 입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필립의 지적대로 한 가정의 삶은 한 어리석은 프로축구 선수의 행동으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았다. 목, 척추, 갈비뼈 등의 골절을 당한 필립은 영국법에 의해 3년 반 뒤면 보석을 신청할 수 있는 낮은 형량이 선고된 것에 대해 실망했으며, 자신은 이런 유약한 판결에 모욕감까지 느낀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맥코믹은 젊은 나이에 인생을 새 출발할 수 있는 반면 자신의 아들들은 그런 기회가 영원히 오지 않게 되었다며 자신은 이 사고로 인한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게 되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현지 언론은 이에 대해 가해자인 맥코믹은 7년 4개월 형을, 피해자 필립은 비극적 종신형을 받았다며 상황을 묘사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번에 음주사고를 낸 맥코믹이 전에는 경찰의 안전운전 캠페인에도 등장하던 프로축구 선수였다는 점이다.
그 충격 때문이었는지 전에는 그가 가는 곳마다 팬들이 그에게 환호를 보냈지만 지금은 분노한 팬들의 야유를 받아야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요크(영국) |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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