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술… 사직구장은 소주방?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8시 44분


김·동·환 경호업체 IBC 팀장

소주, 유리병, 롤러 블레이드, 농구공, 축구공, 애완동물의 공통점은?

바로 야구장 반입 금지 물품이라는 것이다.

롯데가 8년 만의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서 부산 사직구장은 반입 금지 물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팬들이 늘면서 반입 금지 물품을 야구장 내로 들여오려는 사람도 따라서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사직구장에서 반입금지 품목을 점검하고, 안전 유지를 맡고 있는 경호업체 IBC 김동환 팀장은 금지 품목의 야구장 내 반입을 막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팬들이 문을 열면 우르르 몰려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표를 끊으면서 미리 가지고 온 물품들을 눈으로 체크합니다. 유리병, 바퀴가 달린 것, 큰 공, 애완동물 등을 확인하고, 미리 갖고 갈 수 없다고 알려 드립니다. 물론 소주도 안되죠. 그런데 사직구장은 특이한 문화가 있습니다. 다른 데서는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든 데 사직구장에서만 소주를 마시고, 만취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래서 처음에는 소주를 발견하면 무조건 뺏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화 때문에 무조건 원칙만 고수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전광판에서 부산 소주 C1을 광고하고, 야구장 밖에서는 C1을 나눠주는 행사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소주 반입을 금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유연한 대처 방안이 필요했고, 술을 마시고 싶은 팬들의 바람을 어느 정도 들어주면서도 야구장 안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술 반입은 허용하는 걸로 방향을 바꿨다.

“요즘에는 자그마한 소주 페트병이 등장해서 2명에 1병 꼴 정도는 반입을 허용합니다. 많이 갖고 오신 경우 허용치를 넘는 걸 보관하고 드리면 1,2병만 더 달라고 말씀하시는데요.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1,2병은 더 드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가져온 경우는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은 10분이 소주 2박스를 갖고 오셨는데 거의 다 보관하고, 몇 병만 드린 적도 있습니다.”

경호요원들은 안전에 위해가 될만한 요소가 있는 검은 봉지나 아이스박스의 경우 관중의 양해를 구하고 내용물을 체크하지만 강제적으로 가방을 열어보거나 할 수는 없어 적잖은 애로 사항이 있다. 김 팀장은 여성이 두툼한 옷 안에 강아지를 몰래 숨겨 들여온 적이 있었는데 여성에게 옷 안을 열어 보라고 할 수 없어 입장시켰다가 뒤늦게 발견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애완견은 구장에 들어올 수 없어요. 애완견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도 구장에 없고요. 그 여성에게 애완견은 입장이 안 된다고 설명하니, 경기를 안보고 나간다고 하는데 자신 때문에 온 가족 8명도 함께 가야 한다고 했어요. 확인 못하고 입장시킨 제 실수라서 결국 제 개인 돈으로 물어준 적도 있습니다.”

사직구장은 정문에 8개, 후문에 2개의 게이트가 있고, 안전상의 이유로 입장을 시킬 때는 이 중 6개의 게이트만 오픈한다. 8,9일 준플레이오프가 열린 사직구장에는 40명의 경호요원이 투입돼 이 중 메인 게이트에 6명, 나머지 게이트에 1명씩 나서 반입 금지 물품을 체크했다.

김 팀장은 “몰래 갖고 들어오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반입이 안된다고 하면 잘 이해하고 보관을 맡긴다”며 미소를 지은 뒤 인터뷰 말미 “올 시즌 롯데가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잊지 않았다.

사직|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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