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타! 40대 노장들이 일어섰다

  • 입력 2008년 9월 10일 09시 07분


강욱순 우승 이어 신용진 등 ‘불꽃샷’ 리드보드 상단 차지

20대의 패기와 40대의 관록이 맞붙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하반기 시작과 함께 40대의 노장 투혼으로 연일 불을 뿜어내고 있다.

2006년부터 시작된 20대의 돌풍은 작년 ‘괴물 신인’ 김경태(22·신한은행)의 등장과 함께 절정에 이르렀다. 물론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인춘(34·토마토저축은행)과 최경주(38·나이키골프)를 제외하면 상금순위 10위 이내를 모조리 20대가 차지했다. 20대의 돌풍에 설자리를 빼앗긴 40대는 들러리로 전락했다.

우승권에서 점점 멀어지며 팬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져 갔다. ‘골프에 정년은 없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한해 20여 개의 대회가 열리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더해 베테랑들이 고전했다.

1990년대 남자 골프계를 주름 잡아온 최광수(48·동아제약), 박남신(49·테일러메이드), 강욱순(42·삼성전자)은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어느날부터 ‘퇴물’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노장은 죽지 않았다. 단지 잠시 자리를 내준 것뿐이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하반기 시즌 시작과 함께 ‘노장’들의 반격이 거세게 일고 있다. 첫 대회 조니워커블루라벨오픈에서 강욱순은 5년의 침묵을 깨고 자신의 11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시련과 방황을 끝낸 강욱순은 5년 만에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말로 각오를 다졌다. 작년 5월 금호아시아나오픈에서 박남신이 우승한 이후 1년 3개월 만에 40대가 거둔 유일한 우승이다.

노장의 ‘회춘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일 열린 연우헤븐랜드오픈 1라운드에서는 ‘부산갈매기’ 신용진(44·삼화저축은행)이 10언더파 62타의 ‘불꽃샷’을 뿜어내며 20대의 패기에 맞섰다. 2라운드에서는 전태현(41·캘러웨이)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틀 동안 12타를 줄이면서 리더보드 상단을 차지했다. 3라운드에서는 유종구(44·토마토저축은행)가 하루에만 7타를 줄이며 공동 3위까지 도약했다.

40대의 반격은 아직 20대 위주의 큰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1990년대를 주름잡던 스타들의 귀환으로 KPGA 투어는 새로운 볼거리를 낳고 있다. 패기는 넘쳤지만 노련미가 부족했던 필드에 노장의 투혼이 가세하면서 모처럼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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