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 바람 잠재울 돌풍샷은 누가?

  • 입력 2008년 7월 16일 08시 59분


137번째 브리티시오픈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이 17일 영국 사우스포트의 랭커셔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파7·7173야드)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의 최대의 변수는‘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불참이다. 무릎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되면서 누구라도 우승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을 수 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브리티시오픈에 목말라 있다. 작년 이 대회에서 다 잡았던 우승컵을 18번홀에서의 퍼트 실수 하나로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게 넘겨 준 후 절치부심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려 왔다.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최경주(38·나이키골프)에게도 절호의 기회다. 체중 조절 실패로 부진의 늪에 빠졌지만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작년 대회에서 공동 8위에 오르면서 한국인 최초로‘톱10’진입에 성공했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컨디션 난조로 인한 들쭉날쭉한 드라이버 샷과 딱딱한 그린 공략이 변수. 대회가 열리는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은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발목까지 빠지는 깊은 러프가 도사리고 있어 정확한 공략이 우선이다.

PGA투어의 새로운 강자 앤서니 김(22·나이키골프)도 클라렛저그(우승컵)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즈가 빠진 투어에서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단숨에 ‘우즈의 후계자’로 성장한 앤서니 김은 이번 대회에서 복병 중 한명으로 손꼽힌다. 장기인 폭발적인 드라이버 샷과 절정에 오른 퍼트 감각만 잘 유지한다면 첫 번째 메이저 우승도 노려볼 만 하다.

‘2인자’ 필 미켈슨(미국)과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스튜어트 싱크, 저스틴 레너드(이상 미국)도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다. 미켈슨은 두 차례 그린재킷을 입으며 메이저 무관에서 탈출했지만 2인자 꼬리표를 떼 내기 위해선 더 많은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가 필요하다.

60년 만에 아일랜드 출신 브리티시 챔피언에 등극한 파드리그 해링턴의 타이틀 방어도 관심사다. 장소가 스코틀랜드의 커누스티에서 영국의 로열 버크데일로 변경됐지만 우즈가 빠졌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아졌다.

○ 변화무쌍한 코스에 이변 속출

브리티시오픈은 4대 메이저 대회 중 가장 많은 화제를 낳기로 유명하다.

1999년 커누스티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프랑스 출신의 장 방드 벨드는 17번홀까지 3타차 선두를 지켰다.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벨드는 18번홀에서 악몽 같은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연장전을 허용했고, 결국 폴 로리(영국)에게 클라렛저그를 넘겨주고 말았다.

작년 대회에서는 ‘악동’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3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지만 18번홀에서 1.5m짜리 짧은 퍼트를 놓치면서 파드리그 해링턴과 연장에 돌입했고, 4개홀 연장 승부에서 1오버파에 그쳐 이븐파를 친 해링턴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1999년 대회에서는 1라운드 선두가 컷오프 당하는 사례도 기록됐다. 로드 팸플링(호주)은 1라운드에서 71타를 쳐 선두에 나섰지만, 이튿날 86타를 쳐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브리티시오픈은 대회의 개최 장소로 링크스 코스를 고수한다. 억세고 질긴 러프와 종잡을 수 없는 바람, 시시때때로 변하는 날씨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방해하는 최대의 적이다.

135회 브리티시오픈이 열렸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타이거 우즈는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했다. 강한 바람과 딱딱한 페어웨이를 극복하기 위해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 대신 2번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 우즈의 공략은 적중했고 결국 클라렛저그도 그의 품에 안겼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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