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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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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때 친구들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격려해 줬어요. 막상 우승한 뒤 제가 매스컴에 나오니까 신기하다고 하던데요. 하하.”
거침없는 드라이버샷처럼 말도 막힘이 없었다. 정확한 아이언샷을 하듯 표현이 똑 부러졌다. 그래도 앳된 목소리는 영락없는 소녀다.
대원외국어고 3학년 유소연(18·하이마트)이 ‘사고’를 쳤다. 지난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국내 최강’ 신지애(하이마트)를 따돌리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것. 신인이 국내대회 프로 데뷔전에서 우승한 것은 KLPGA투어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그가 ‘깜짝 스타’는 아니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골프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르는 등 아마 최강으로 군림하다 지난해 10월 프로 입문을 선언했다.
유소연이 클럽을 잡기 시작한 것은 세종초교 2학년 때 교내 골프부 활동을 하면서부터.
“처음에는 선수가 될 생각이 없었어요. 즐기면서 골프를 했죠. 여섯 살 때부터 배운 바이올린을 전공할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골프가 점점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즐기면서 골프를 해 스트레스도 덜 받았다는 유소연이지만 지금의 실력은 끊임없는 연습의 결과다. 이번 대회에서도 다른 선수 대부분이 숙소로 돌아간 뒤에도 쉬지 않고 퍼트 연습을 했다.
유소연의 올해 목표는 신인왕. 라이벌이자 친구인 최혜용(LIG)에 대해 묻자 “성실함과 강인한 정신력 등 배울 게 많은 친구다. 하지만 신인왕은 절대 양보하지 못한다. 생애 한 번뿐인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미국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되는 것. “최소 10년 이상 미국에서 활동해야 자격을 얻잖아요. 서른 살 전후로 목표를 이룬 뒤 공부도 더 하고 사업도 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다.
1월부터 5주간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아이언샷이 많이 좋아졌다는 유소연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65야드.
“지금 키가 168cm인데 2cm만 더 크면 좋겠어요. 비거리도 늘고 더 당당해 보일 것 같아요.”
키가 더 크지 않아도 그는 이미 위풍당당하게 프로에 데뷔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