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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0일 0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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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 비유하자면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이나 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은 가치투자가에 해당된다. 대표적 사례로 보스턴의 ‘미스터 클러치’ 데이비드 오르티스를 꼽을 수 있다. 오르티스는 2002시즌을 마치고 미네소타로부터 논텐더 FA로 방출됐다. 논텐더 FA란 풀타임 빅리거 3년차부터 주어지는 연봉조정신청 자격 획득을 부담스러워하는 구단이 FA로 선수를 풀어주는 사실상의 웨이버나 마찬가지 제도다.
보스턴은 갈 곳 없던 오르티스를 연봉 125만 달러에 잽싸게 낚아챘고, 오르티스는 2004년과 2007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보답했다. 이젠 황제주로 올라섰지만 보스턴의 오르티스 영입은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최고의 계약으로 꼽히기도 했다. 논텐더 FA의 성공 사례로 데이비드 엑스타인(LA 에인절스-세인트루이스, 현 토론토)도 있다.
머니볼 이론을 믿는 단장들은 가치투자 외에 신인 드래프트란 성장주 발굴에도 역점을 두는 성향이 강하다.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고위험 고수익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시각이다.
성장주이면서 배당주 성격이 짙은 유형의 선수들도 있다. 마쓰이 히데키, 마쓰자카 다이스케 등 주로 일본파 선수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관광 등 경제 효과와 방송중계료 등 프리미엄이 붙기에 연봉 계약에서도 우대받는다.
끝으로 황제주(블루칩)다. 최고 선수가 최고 성적을 담보한다는 발상으로 뉴욕 양키스 같은 부자구단의 수법이다. 그러나 정작 양키스는 2001년 이후 7년 내리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하고 있다.
마이크 햄튼(8년 1억 2100만 달러), 켄 그리피 주니어(9년 1억 165만 달러), 케빈 브라운(7년 1억 500만 달러), 모 본(6년 8000만 달러) 등의 계약은 주식으로 치면 우량주인줄 알고 올인했다 반토막 난 꼴이다.
아무리 돈이 말하는 메이저리그라지만 투자와 성적이 정비례하진 않는 셈이다. 바로 여기에 빅리그를 보는 묘미가 있고, 효율적 자금 운용 능력을 갖춘 단장이 우승 단장보다 더 높게 평가받는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