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기]서울 경동고 이정암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1분


좋은 꿈을 꾸지도 않았다. 평소 타격에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5차례 타석에 나와 안타를 4개 쳤고 타점을 4개나 올렸다. 부산의 강호 개성고를 꺾고 가장 먼저 8강에 진출한 경동고의 타점은 모두 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경동고 1학년 이정암(사진)은 초등학교 때 축구를 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글러브를 꼈다.

지난해까지 오른손 타자였지만 경동고 손상대 감독의 권유로 고교에 들어와서부터 왼손 타격 연습을 시작했다.

‘스위치 히터’ 이정암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0-2로 뒤진 7회.

무사만루에서 이정암은 3루쪽으로 희생 번트를 대기 위해 오른손 타석에 나왔다. 하지만 스퀴즈 실패로 애꿎은 3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 1사 2, 3루에서 이정암은 왼손 타석으로 옮겼고 2루수를 넘기는 절묘한 2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3루 주자였던 3학년 선배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다행히 안타가 나왔어요. 연습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이제는 왼손 타자로 나서는 것이 더 편해요.”

이정암은 2-2로 맞선 연장 12회 무사만루 기회에서도 깨끗한 2타점 적시타로 팽팽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손 감독은 “이정암이 키(185cm)에 비해 체중(68kg)이 적게 나간다. 몸무게를 늘리고 파워를 더 키운다면 좋은 타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A 이용규의 플레이를 좋아한다는 이정암은 “열심히 노력해서 프로 팀 유니폼을 입는 게 소원이다. 타격보다는 멋진 수비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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