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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3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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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클라이밍으로 밥벌이 하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
“세계 최고가 되면 되겠지.”
“그럼 세계 최고가 될래요.”
대구파워클라이밍센터의 암벽등반 지도자인 이정옥(37) 씨는 2003년 말 신윤선(28·노스페이스·대구파워클라이밍센터) 씨와 나눴던 대화를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는 평범한 여대생이던 신 씨가 취미 삼아 암벽 타기를 배우고 싶다고 센터를 방문한 지 불과 몇 개월 되지 않았을 때였다. 신 씨는 대학 산악부원도 아니었고 그 전에 다른 종목 운동 경험도 없는 초보자였다.
이후 신 씨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암벽에 매달렸다. 통통하던 신 씨의 몸은 서서히 근육질 몸매로 변해갔다.
그리고 11일 국제산악연맹(UIAA)이 루마니아 부스테니에서 개최한 빙벽 월드컵 2차 대회 결선. 빙벽 대회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이 대회에서 신 씨가 마침내 세계 정상에 섰다.
여자부 난도(고난도 코스를 누가 더 높게 오르는지를 겨루는 경기) 부문에서 7위로 예선을 통과한 신 씨는 이날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서 과제 코스를 가장 높은 지점까지 올라가 러시아의 베테랑 나탈랴 쿠리코바를 근소하게 제치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UIAA가 주최하는 경쟁 부문 대회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것은 신 씨가 남녀 통틀어 처음이다.
UIAA 홈페이지(www.theuiaa.org)는 “신윤선은 고난도 빙벽을 거의 끝까지 올라가 이변(big surprise)을 연출했다”고 표현했다. 신 씨는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자신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신 씨가 빙벽 오르기를 시작한 것은 2005년 초로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2006∼2007 시즌부터는 국내 1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UIAA 빙벽 월드컵에는 지난해부터 국가대표 자격으로 참가했고 지난해 첫 출전에서 5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신 씨는 21일부터 스위스 사스피에서 열리는 월드컵 3차 대회에도 출전해 월드컵 시리즈 종합 우승에 도전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