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공연 감동의 물결]동방의 힘찬 북소리 평화 메아리

  • 입력 2002년 5월 31일 18시 52분


21세기 동방의 첫 월드컵으로 기록될 2002 한일월드컵 개막 경축 공연이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황리에 열려 60억 인류의 제전인 월드컵의 시작을 전세계에 알렸다.

30여분간 펼쳐진 개막공연 ‘동방으로부터(From the East)’의 주제는 소통과 어울림. 공연은 한국 전통미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화면 등을 이용한 디지털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화려한 춤판을 펼치며 지구촌 곳곳에 상생(相生)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공연은 ‘환영’ ‘소통’ ‘어울림’ ‘나눔’ 등 네 가지 소주제를 가진 서사극 형태로 진행됐다.

‘환영’마당에선 400명의 한국 전통 축무단과 취타대가 녹색 그라운드와 대비되는 노랑 파랑 빨강 등 원색의 의상과 장엄한 군무로 월드컵인(人)에 대한 환영의 예를 올렸다.

‘소통’마당은 다양한 인류가 서로를 향해 어울려 들어가는 시간. 세계 각국을 상징하는 수백개 북의 역동적인 울림이 인류의 심장을 하나로 묶기 시작했다. 조각배 모양의 조형물이 그라운드에 띄워지고 열림패가 무리 지어 큰북과 작은북을 휘몰아치며 인류의 소통(communication)을 구했다. 6만여 관중들은 객석에 비치된 소고(小鼓)를 치면서 소통의 축제에 동참했다.

‘어울림’마당은 소통의 완성을 형상화한 공연의 백미. 객석 사방에서 넓은 흰 천이 그라운드로 물밀듯 내려와 바다로 표현됐다. 짧은 침묵, 빛으로 빚은 두 마리의 백학(白鶴)이 지나간 뒤 어울림의 바다 한가운데서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형상화한 ‘평화의 종’이 솟아올랐다. 평화의 종의 표면에 설치된 화면에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퍼포먼스가 전개되면서 찬탄의 함성이 온 경기장에 메아리쳤다.

‘나눔’ 마당에서는 세상의 평화를 꿈꾸는 어린이들과 출연진, 6만여 관중이 아리랑을 모티브로 한 ‘상암아리랑’을 합창했다. 이어 한국 가수 ‘브라운 아이즈’와 일본의 ‘케미스트리’ 등이 월드컵 주제가 ‘레츠 겟 투게더 나우’를 부른 뒤 화려한 불꽃 축제가 펼쳐지며 개막전인 프랑스와 세네갈 축구 전사들을 그라운드로 불러들였다. 개막공연을 본 이은주씨(26·서울 강남구 압구정동)는 “한국의 전통미와 21세기 디지털문화가 어울림의 한판을 이뤄내는데서 감동을 느꼈다”며 “월드컵 축제가 개막 공연의 주제처럼 인류에 교류의 바다를 가져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세련미와 자연스러움이 아쉬웠고, 민족적 정서가 국제적 감각을 넘어선 듯한 느낌을 주는 무대였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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