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특별취재반] 이번 대회에서 중국에 밀려 체면이 말이 아니던 쇼트트랙의 「메카」 한국이 남녀 3천m 결승에서 모처럼 완벽한 작전을 구사하며 구겨진 자존심을 다소나마 되찾았다.
이날 한국이 뽑아든 카드는 「힘빼기」. 모두 27바퀴를 돌아야 하는 3천m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의 안배로 한번 리듬이 깨지면 좀처럼 회복이 힘들다.
한국은 여자 3천m에서 신소자와 김소희가 초반부터 번갈아 선두로 치고나가며 「파워 스케이팅」을 구사하는 중국 선수들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중국은 단거리 위주의 훈련으로 순발력과 파워는 뛰어나지만 체력을 앞세운 소모전에서는 심각한 약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
특히 대표생활 5년만에 처음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신소자는 마지막 3바퀴가 남았을 때까지 선두의 「탱크」역할로 전이경의 금메달 획득에 1등 공신이 됐다.
남자 3천m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호응 이준환 김선태 등 한국의 신예들이 초반부터 같은 작전으로 리자준(중국) 데라오 사토루(일본)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리듬을 깼다.
이날 이호응의 뒤를 쫓던 안율롱(중국)은 후반 체력저하로 꼴찌로 추락했고 리자준과 데라오는 5바퀴를 남기고 이호응에 한바퀴나 처지는 등 한국의 작전에 휘말려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