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5년까지 육상풍력 확대”
신규 192곳 중 153곳이 강원-경북, 전체 60% 운영… “허가 쉽다” 인식
산림 파괴-재난 사고 대응 미비 등… 주민들 정부에 건설 반대 소송도
“소방대 의무화 등 규정 보완 필요”
강원 태백시의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전경. 동아일보DB
정부가 현재 2GW(기가와트) 수준인 국내 육상풍력 발전 규모를 2035년까지 12GW로 늘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신규 건설을 추진 중인 육상풍력 발전소의 80%가 강원과 경북 지역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도 육상풍력 발전소 60%가 산지가 많은 강원과 경북에 집중돼 있는데, 앞으로는 이 같은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지역에 육상풍력 발전소가 몰리면 지역주민과의 갈등과 환경 피해 등이 커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신규 육상풍력 발전 80%, 강원-경북에 추진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192곳에서 총 9.4GW의 육상풍력 발전소가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육상풍력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입지 분석을 거쳐 발전사업 허가와 개발 허가를 받은 뒤 공사 계획 인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국내 육상풍력 발전소는 총 119곳으로 용량은 2.1GW다.
새로 추진되는 육상풍력 단지 192곳 가운데 87곳이 강원에, 66곳이 경북에 건설된다. 신규 육상풍력 단지의 79.7%가 강원, 경북 두 지역에 들어서는 것이다. 발전량을 기준으로 보면 신규 육상풍력 발전량의 82.7%에 달한다.
육상풍력 발전소가 두 지역에 몰리는 것은 다른 곳보다 풍황(바람의 품질)이 좋고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 중인 풍력 발전 시설의 60%가 두 지역에 몰려 있어 발전업체들 사이에선 ‘신규 허가를 받기 쉽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 한 풍력발전사 대표는 “사업자들은 과거 다른 기업이 육상풍력 단지 조성 허가를 받은 곳을 위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며 “국내 풍력 발전 시장이 덩치를 키워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 안전-소음 피해, 일부 지역에만 몰려
하지만 육상풍력 발전 단지가 들어서는 곳에서는 환경 피해가 우려돼 주민 갈등이 불가피하다. 발전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화재, 추락 등 각종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해 5월 경북 영천, 같은 해 11월에는 강원 평창에 설치된 육상풍력 발전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올 들어서도 경남 양산과 경북 영덕의 육상풍력 발전기에서 잇달아 불이 났다. 올해 2월 영덕 풍력 발전 단지에서는 발전기를 지지하는 기둥이 꺾이면서 지상 수십 m 상공에 있던 발전기와 날개(블레이드)가 지상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시설이 몰리는 지역에서 발전 단지 조성 등에 반대하는 이유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현장을 살펴보면 사업자들이 풍력 발전소를 지은 뒤 산림 복구를 충분히 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며 “운이 좋아 아직까지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풍력 단지에는 소방 헬기를 띄우기 어려워 물탱크 등 화재 대응 시설이 필요한데 관련 규정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024년과 지난해에는 강원 평창과 경북 경주 주민들이 사실상 풍력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업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것을 소송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저주파와 소음 공해 등을 우려한 주민 반발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판결을 내리면서 풍력 단지 건설은 계속 추진되고 있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안전 기준 등 육상풍력 발전소 규정 보완을”
전문가들은 육상풍력 단지에 대한 주민 불안을 덜기 위해선 화재 등 각종 재난 사고에 대한 규정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헬기 진화 등이 어려운 육상풍력 단지의 특성을 고려해 전용 소방대를 의무화하는 등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규정이 수십 년 전에 마련돼 최근 기후변화 등을 반영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홍진규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현재 육상풍력 단지는 과거 안전 기준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극한 기후가 발생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느 발전원으로 전력을 대체할지 탄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책 방향도 중요하지만 특정 지역에 육상풍력 발전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발생하는 환경 파괴와 주민 갈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육상풍력 발전소 밀집 지역에 대한 재난 대응 규정과 주민 안전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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