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그물 때문에 우는 ‘웃는 돌고래’

  • 동아일보

해양보호생물 지정 10년 됐지만
전국서 매년 사체 300여 구 발견
조업 그물에 걸려 질식사 추정
방생-탈출 그물 등 안내 강화를

‘웃는 돌고래’로 유명한 한국 토종 돌고래이자 멸종위기종인 상괭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제공
‘웃는 돌고래’로 유명한 한국 토종 돌고래이자 멸종위기종인 상괭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제공
최근 인천 섬 지역에서 한국 토종 돌고래이자 멸종위기종인 상괭이의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웃는 돌고래’로 유명한 상괭이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보호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11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콩돌해변에서 상괭이 사체 1구가 발견됐다. 백령면사무소 직원이 지인의 연락을 받고 사체를 확인해 해경에 신고했다. 이 해변에서는 5일에도 상괭이 사체 1구가 발견됐다.

또 옹진군 굴업도 주민들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굴업도 해안에서만 7구의 상괭이 사체가 발견됐다. 이 사체들은 주민이 자체적으로 처리하면서 해경에 신고되지는 않았다.

인천을 포함해 전국에서 발견되는 상괭이 사체는 매년 300구 이상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상괭이 사체 발견은 2022년 381건, 2023년 329건, 2024년 312건이다. 올해도 해경에 현재까지 108건의 발견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이는 사람 눈에 띄어 해경 등에 신고가 이뤄진 수치일 뿐, 실제 숨지는 상괭이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숨진 상괭이 중 상당수는 조업 중인 그물에 걸려 죽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어종을 잡으려는 그물에 함께 걸렸다가 숨진 뒤 바다에 버려진다는 것이다. 상괭이는 폐로 호흡하는 해양 포유류로 주기적으로 수면에 올라와 호흡해야 하지만, 그물에 갇히면 숨을 쉬지 못하고 죽게 된다.

특히 상괭이는 소형 물고기를 먹이로 섭취해 주로 깊은 바다가 아닌 서해안이나 남해안 연안에 서식하기 때문에 안강망과 같은 그물에 걸리기 더욱 쉽다. 서해안에서 주꾸미 등을 본격적으로 잡는 봄철에는 위험에 더욱 노출된다. 최근 인천 섬 지역에서 상괭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는 것도 서해안 조업 시기와 맞물린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에 국립수산과학원과 해경은 어민에게 조업 중 상괭이가 그물에 걸리면 즉시 방생하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보니 현장에서는 쉽게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해양 보전 시민단체인 ‘플랜오션’의 이영란 대표는 “상괭이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신고 없이 얼마나 죽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정확한 생태 현황 파악이 시급하다”며 “혼획 시 상괭이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그물도 개발됐지만, 어획량 손실 우려 때문에 현장 사용률은 상당히 낮다. 실효성 있는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는 얼굴이 마치 사람이 웃는 것처럼 생겨 ‘웃는 돌고래’로 불린다. 2004년 3만6000여 마리였던 개체가 2016년 1만7000여 마리로 크게 줄면서 국내에서는 2016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다. 국제적으로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 등급 ‘취약종’으로 분류돼 있다.

상괭이를 연구하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관계자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해양포유류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등 상괭이 보호에 노력하고 있다”며 “해경과 협조해 상괭이 보호를 위한 어업인 홍보, 교육 활동 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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