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쿠팡-현대차…노란봉투법 첫날, 하청노조 원청교섭 요구 봇물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0일 20시 27분


양대 노총 “진짜 사장 나와라” 공세
자회사 매각 철회-성과급 지급 요구
15개 대학 청소·경비·주차 노동자도
총장에 “비정규직 철폐 직접교섭하자”

노란봉투법 시행 첫 날인 10일 오후 민주노총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진행한 투쟁 선포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노란봉투법 시행 첫 날인 10일 오후 민주노총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진행한 투쟁 선포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첫날인 10일 포스코와 쿠팡의 물류 계열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가 하청 노동조합과의 교섭 절차에 공식적으로 돌입했다. 법 시행 이후 원청기업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한 첫 사례다.

대기업 협력업체들은 물론이고 택배기사, 청소·경비·주차 근로자 등 하청과 용역·위탁 노동자들이 일제히 원청 사용자를 대상으로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정부가 원칙적으로 원·하청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임금이나 수당에 대한 교섭 요구도 협상 테이블에 속속 오르고 있어 기업들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교섭 쓰나미’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노란봉투법 첫날, 포스코-쿠팡 원·하청 교섭 돌입

포스코는 10일 사내 곳곳에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소속 협력사 34곳의 조합원 4000여 명이 단체교섭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시했다. 이날 자정이 되자마자 금속노련은 포스코 측에 산업 안전을 의제로 하는 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노란봉투법 교섭 절차에 따르면 하청 노조가 개별 교섭을 요청하면 원청 기업은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만 있어도 모든 하청 노조와 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교섭을 미루고 노동위원회 판단을 받을 수도 있지만 포스코는 바로 교섭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포스코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소속 조합원들은 한국노총 조합원들과는 별도로 교섭하겠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 단위 분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노동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포스코는 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하청 노조와 ‘쪼개기 교섭’을 해야 한다.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도 하청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았다며 다른 하청 노조들도 원한다면 이달 17일까지 교섭을 요구하라고 공고했다.

민노총 소속 산별노조들은 이날 각 노동 현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열었다.

민노총 산하 산별노조들은 각 노동 현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열고 ‘진짜 사장’(원청업체)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이날 금속노조 산하에서만 147개 사업장의 조합원 1만 여명이 무더기로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 대상 기업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한화오션, 한국타이어 등 16곳이다. 이날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확인된 대기업만 20곳에 달한다.

● “산업안전 고리로 임금-성과급 요구 쏟아낼 듯”

하청 노조들은 각각 다른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현대모비스 자회사 유니투스와 현대아이에이치엘 노조는 자회사 매각 철회를 요구했다. 고려대, 서강대 등 15개 대학의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대학 총장들에게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을 상대로 ‘택배 과로사 추방’을 촉구했으며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조는 ‘4조 2교대 인력충원’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주장했다.

경기신용보증재단 노조는 경기도를 원청 사용자로 보고 교섭을 신청했다. 공공기관 노조가 지방자치단체에 교섭을 요구한 첫 사례다.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교섭 요구가 현실화된 것이다.

정부가 원칙적으로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임금과 수당 등에 대해서도 하청 노조의 교섭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자체 지침에서 “임금, 수당, 성과급 등에서도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의 하청 급식업체인 웰리브 직원들은 한화오션을 상대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하청 노조들이 처음에는 산업안전을 교섭 의제로 삼지만 협상 테이블에선 결국 임금 인상을 꺼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일부 노동계가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안까지 교섭 의제로 요구하고 있다”며 “노사 간 분쟁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란봉투법#포스코#쿠팡#하청#원청#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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